그는 자신의 힘에 부치는 일을 할 때에도 누군가에게 도와달라는 소리를 못한다.

사다리에 올라가 떨어지는 한이 있어도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보다 혼자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길을 잃어도 그는 길을 묻지 않는다.

결국 길을 잃고 기름도 떨어져야 주유소에 가서 길을 묻는다.

 

아내가 전에 없이 언제 집에 오느냐고 문자를 한다.

옆자리 동료가 말한다.

언제 오느냐고 전에 없이 자주 묻는다면

그건 아내가 힘들어요, 외로워요, 곁에 있어줘요, 하고 사인을 보내는 거라고.

 

친구가 요즘 툭하면 짜증을 부린다.

무서워서 약속도 잡기 싫고 만나기도 두렵다.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 유난히 짜증이 심해진 걸 보면

친구는 자신에게 S.O.S를 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도와달라는 신호는 참 다양하다. 눈빛으로도, 문자로도, 걸음걸이로도,

짜증을 내는 것으로도 나타난다.

도와달라는 그 다양한 신호를 읽어내는 것,

그것이 사랑의 능력이면 사랑하는 사람의 의무다.

 

 

글 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샘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