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가지치기를 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입춘 무렵, 생(生)의 가지치기를 하기 좋은 무렵은 이별 전후, 달콤한 성공의 열매를 따기 직전, 외로움인지 우울함인지 구분되지 않는 감정에 시달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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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을 하는 분이 전해주신 이야기다. 과수원에서는 입춘 무렵을 한해의 시작으로 여기는데, 그때가 가지치기를 하기 가장 좋은 때라고 한다. 너무 이른 시기에 가지치기를 하면 추위에 피해를 입기 쉽고, 입춘 절기보다 너무 늦으면 꽃을 맺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봄은 그저 오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며 맞이하는 계절이다. 

 

좋은 열매를 얻기 위해 가지치기가 필요하듯이 좋은 삶을 위해서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입춘 무렵이 과수원 나무들의 가지치기에 적기이듯 생의 가지치기를 하기 좋은 때도 있다.

 

이별 전후,

달콤한 성공의 열매를 따기 직전,

절망의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을 때,

외로움인지 우울함인지 구분되지 않는 감정이 시달릴 때가 적기다.

 

너무 늦기 전에 생의 가지치기를 하리라.

추위에 웅크린 마음이 마른 대추처럼 쪼그라들기 전에.

혹은 꽃이 무성하게 피어 마음이 무방비 상태로 흔들리기 전에.

 

글 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샘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