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s17_top.jpg

 




내가 생각하는 순수한 장면 하나가 있습니다.
그것은 농부가 밭에서 씨를 뿌리는 장면입니다.
농부는 이랑을 따라 아무 걱정 없이 씨를 뿌립니다.
씨앗이 움틀지, 어떻게 자랄지, 열매가 맺힐지, 조금도 개의치 않습니다.
오직 기쁨과 정성으로 씨를 뿌립니다.
그 모습이 숭고하여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춥니다.
우리가 미래를 염려하는 것은 욕심이 많거나 의심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욕심이 많으면 결과를 두려워하고
의심이 많으면 시작을 두려워하니까요.
우리도 저마다의 자리에서 날마다 씨를 뿌립니다.
욕심과 의심이 없다면 가을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행복이란,
봄에 씨를 뿌리면서 이미 가을을 누리는 것입니다.
씨앗 안에 있는 열매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것입니다.

글ㆍ정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