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를 보낸 동네는 버스의 종점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위치상으로는 서울 시내의 중심에 속하는 곳이었지만 나는 늘 변두에서 자랐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종점은 끝나느 곳이 아니라 무언가가 시작되는 곳이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배웠던 것 같습니다.

버스 종점에서는 승객들이 올라타도 버스가 곧바로 떠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어느 정도 채워지거나 배차 시간이 되어야 떠나곤 했지요.

사람들의 삶에 어느 만큼의 슬픔과 눈물이 채워져야 그 다음 페이지가 펼쳐지던 것처럼......

 

종점 근처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신산하거나, 건강한 의욕으로 넘치거나 둘 중의 하나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근처에 있던 '예쁘다 미장원'도 생각납니다.

찰캉거리는 고데 기구로 여인들의 머리를 부풀리며 노래를 부르던 예쁘다 미장원의 주인아주머니.

그녀의 눈은 자주 멍이 들어 있곤 했습니다.

어머니를 따라 예쁘다 미장원의 삐걱거리는 2층 계단을 올라가는 일은 어린 내게 이상하게도 마음 아픈 일이었습니다.

그 종점에서 함께 버스를 타던 많은 친구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자주 들려오던 골목길, 그러나 가난에도 주눅 들지 않고,

살림은 남루해도 마음은 다정하던 이웃들이 훨씬 많았던 그 곳.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누구네 집 식구인지 가늠할 수 있었던 좁은 골목과

아버지가 부르시던 '매기의 추억'이 초인종을 대신하던 그곳.

 

글 출처 : 위로(김미라 : 샘터)中에서......

 

배경음악 : 매기의 추억 / 박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