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어떤 꽃이 피고, 가을에 어떤 벌레가 우는지, 자연으로부터 우리의 관심이 멀어진 지 오래된 것 같습니다.

자연과 벗하는 생활이 소중하다는 것을 도시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절실히 느끼게 되지요. 우리가 자연과 너무 떨어져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은 마당이 딸린 집에 사는 한 후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봄, 여름, 가을에는 마당에서 살다시피 하는데 겨울이면 그쪽으로 난 문을 열어보지 않게 돼. 가끔은 너무 무심하다 싶어서 마당에게 미안했는데,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마당도 쉬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정말 마당에겐 혼자 쉬면서 꽃 피울 준비를 하는 시간이 필요할 거야.“

 

무와 꽃과 풀, 그리고 열매를 따먹으려고 잠시 나뭇가지에 깃드는 작은 새. 이런 것들을 바라보면서 배우고 느끼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후배는 늘 제게 전해주려고 합니다.

후배보다 늦게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온 저는 요즘 ‘원래 인간은 그렇게 다정하고 따뜻했다’는 것을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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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에 마당을 잠시 내버려두듯이 사람 사이에도 그렇게 내버려두는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식물이 잠시 성장을 멈추는 동안 미래를 위한 힘을 저축하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서로 물끄러미 바라보며 쉬는 시간, 짐작되는 일이 있어도 묻지 않고 가만히 두는 시간, 저 홀로 외로움을 견디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그 침묵의 깊이만큼 우리 삶이 아름다운 꽃으로, 연둣빛 잎으로 피어나고, 야무진 열매로 맺어지겠지요.

 

울의 침묵과 황량함도 신(神)의 선물임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글출처 : 나를 격려하는 하루(김미라 : 나무생각) 中에서......

 

배경음악 : 초연 / Jason Viea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