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人間)이라는 한자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사람이라는 글자로 충분한데 '사이'라는 뜻을 가진 '間'자는 왜 붙었을까? 어쩌면 '사이'라는 말이 삶의 비밀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인간관계가 가장 힘들다고 대답한다. 사람 사이, 그 간격이 너무 가까워지면 숨 막히고,  너무 멀어지면 쓸쓸하다. 그 간격을 잘 조절한 사람은 평화롭고, 잘 다루지 못한 사람은 외롭거나 아프다.

 

겨울 스웨터를 꺼내본다. 굵은 털실 사이로 바람이 숭숭 새어들 것 같은데 스웨터를 입으면 왜 따뜻할까? 스웨터가 따뜻한 이유는 털실과 털실 사이에 있는 공간이 온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털실과 털실 사이 공간이 따뜻함을 품는 것처럶 사람과 사람 사이도 따뜻함을 가만히 품고 있으면 된다. 닭이 달걀을 품고 있는 것처럼 따뜻함을 오래 품고 있으면 삶은, 모든 관계는 저절로 부드러워진다.

 

 

글 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샘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