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스위치가 있어서, 어두워지는 저녁에 불을 켜듯 마음이 어두울 땐 스위치를 켜고 행복할 땐 잠시 꺼둔다. 방 안의 불을 꺼야 밖이 잘 보이듯 온갖 생각이 창궐하는 마음을 끄면 삶이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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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의 스위치는 센서 방식이라 움직임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켜진다. 거실의 스위치는 오른쪽 방향으로 누르면 불이 켜진다. 구석에 놓은 스탠드는 단추처럼 생긴 스위치를 아래로 눌러주면 불이 환하게 들어온다.

책상 위에 놓인 스탠드는 터치 방식이어서 한 번 터치하면 조금 밝아지고 세 번 터치하면 가장 환하게 빛난다. 자동 타이머 장치를 해서 집에 들어오긴 전에 저절로 불이 켜져 있게 할 수도 있다. 요즘엔 잠들기 전에 손뼉을 쳐서 불을 끌 수 있는 첨단 시스템도 있다.

 

마음에도 스위치가 있다. 원래부터 있던 것이지만 진화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스위치를 잃어버렸다. 마음 스위치는 사람마다 있는 자리가 달라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눈물'이 스위치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냉철한 이성이 스위치가 되기도 한다. 책을 펼치는 것이 스위치가 되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물끄러미 바라보는 순간이 스위치가 되기도 한다.

 

마음 스위치를 내 뜻대로 켜고 끄려면 필요한 것들이 있다. 이별 한 꾸러미, 좌절 한 묶음, 아픔 한 말, 인내 몇 자루, 고통 몇 겹, 땀과 눈물 한 바구니.

 

방안의 불을 꺼야 밖이 잘 보이듯 온갖 생각이 창궐하는 마음을 잠시 꺼둔다. 비로소 삶이 잘 보인다.

 

 

글 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샘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