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봄이다. 따뜻하고 화려하고 설레는 봄이다. 봄을 그린 작가들은 많지만, 이중섭 작가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인 박수근 작가는 특히나 많은 봄을 그렸다. 가장 한국적이며 우리나라 토속적인 정서를 잘 표현하고 서민적인 소재로 국민들에게 다가갔기 때문에 ‘국민화가’, ‘민족화가’, ‘민중화가’, ‘서민화가’, ‘착한 화가’라고도 불린다.

 

‘봄이 오다’, ‘나물을 캐는 여인들’, ‘이른봄’, ‘철쭉’, ‘벚꽃’, ‘모란’ 등의 작품을 보면, 봄에 대한 그의 애착과 각별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나 ‘봄이 오다’에서는 새봄을 기다리는 벌거벗은 나무들을 볼 수 있다. 힘든 삶을 살고 있지만 모두 묵묵히 고통을 견뎌내고 사는 우리의 모습과 흡사하다. 이렇게 봄은 또 한 번의 희망을 주는 계절이다. 또 한 번의 사랑을 찾는 계절일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 사람들은 햇빛에 더 많이 노출된다. 그에 따라 멜라토닌 생성이 많아진다. 멜라토닌 생성은 수면과도 관련이 있다. 햇빛을 많이 쐬는 것은 수면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계절성 정서 장애(SAD)의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그 뿐 아니라 날씨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이타적 행동에도 영향을 준다. 기억력과 수행능력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실제로 날씨가 좋은 날 사람들은 일련의 숫자를 외우는 과제에서 더 많은 숫자를 외울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날씨가 구애 행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프랑스 해안 두 도시에서 진행된 실험이다. 남자 실험자들은 거리에 나가 지나가는 여성들에게 무작정 다가가 웃으면서 전화번호를 물었다. 실험은 여러 날에 거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그때마다 날씨가 달랐다.

 

실험 결과, 여성들은 화창한 날씨에 남성들에게 자신의 번호를 더 많이 알려주었다. 즉 날씨가 화창한 날일수록 여성들은 따스한 햇살로 인해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게 되고 이러한 기분은 여성들로 하여금 남성들의 구애행동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반응하게 만든 것이다. 날씨에 따라 기분과 심리적 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햇빛의 영향은 비타민 합성에도 영향을 준다. 갑상샘 호르몬, 성호르몬, 프로락틴, 황체 형성 호르몬, 여포 자극 호르몬 등에 직간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비타민수치는 사람의 기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햇빛을 받는 것은 세로토닌 수치를 증가시키고 세로토닌 수치의 증가는 기분을 좋게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우울증 환자가 단 한 시간이라도 햇빛을 쬐면, 세로토닌의 수준이 증가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햇빛은 도파민의 수준도 증가시키는데, 도파민의 레벨이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호르몬의 영향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행복감은 결국 쉽게 사랑에 빠지게 한다.

 

봄은 사람의 인지 방식도 달라지게 한다. 화창하고 따뜻한 날씨는 생각의 폭도 넓어지게 해서 개방적인 사고를 하게 한다. 그래서 새로운 정보를 더 잘 받아들이고 더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틀이나 규제에서 벗어나는 사고를 하게 된다. 미시간 대학교에서 이루어진 한 실험에 의하면 날씨는 사람들의 개방적인 사고에 영향을 미쳤다.

 

어떤 인물에 대해 부정적인 글과 긍정적인 글을 읽게 하고 그 글의 주인공에 대해 평가 하게 했다. 그런데 이 글을 읽기 전에 야외 활동을 하게 했다. 그 결과 날씨가 좋은 날, 야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참여자일수록 이야기 속 주인공에 대해 더 좋게 평가했다. 이렇게 화창한 봄날이 되면 타인에게 더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또 한 번의 봄이 왔다. 이 봄, 평소 관심 있었던 이성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해보면 어떨까. 망설이면서 고민만 하지 말고 실제로 과감히 행동으로 옮겨보면 어떨까. 이런 화창한 봄에 많은 이들의 사랑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옛날, 봄에는 늘 설레는 사랑이 찾아 왔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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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글 출처 : 한국일보 [삶과 문화(2015. 4. 7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