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종사에 가야 한다

청하 권대욱

낯선 계절 하나 찾아오는 날
산과 강바람 하나 더, 옛사람이 그리우면
먼저 와 있을, 봄 찾아 수종사에 가야 한다
바이올렛 진분홍으로 피어날 약사전 앞
두 손에 담은 살가운 소망은
먼빛 매지 구름에 얹고
영혼의 그림자 산길 돌계단에 내려놓으면
수채화 닮은 현호색이
느긋하게 자리한 삼정헌
분청찻잔에 보고 싶은 사람 얼굴이 보일 것이다
여태 남은 산수유 화사한 미소 따라
노랑나비 헤픈 날갯짓이 지나는
오층탑 돌난간 솔바람 머문
흙담 길 그늘 열아홉 폭 처녀치마
핼쑥한 얼굴에도
사월은 더 깊어질 것이기에
봄 하나 더 찾으려면 숨길 조금 가파도
물빛 좋은 두물머리 지나 수종사에 가야 한다.


*삼정헌: 운길산 수종사의 전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