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그리움 / 정기모 차마 다 삭히지 못한 세월의 무게가 식어가는 커피잔에서 흔들릴 때마다 무거워지던 눈덩이에 또 다른 멍울로 돌아와 앉는 먼 그리움이 참으로 따뜻하게도 시린 손끝에서 만지작거려지고 향긋하게 우려낸 말씀들이 어느 가슴으로 돌아가 머무는 동안 바람에 겨워 울던 은사시나무잎처럼 내 컴컴한 등줄기에도 겨운 등불 하나 밝혀지네 두 손을 모으며 올리던 기도발이 생긴 것인지 손톱 끝에 머무는 봉선화 물처럼 빨갛게 달아오른 언어가 귓전에 머무는 저녁 은하수를 건너오는 밤별들처럼 첫눈은 하얗게 시린 가슴을 덮어 주었고 한 떨기 장미처럼 수줍은 미소가 산자락이 물어다 놓는 어둠 속으로 자꾸만 피어올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