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되고 싶다

청하 권대욱

하필이면
자목련 피어날 사월에 내리는
철 앞선 보슬비라도
옷 젖지 않으려면 우산을 써야 한다

첫 세상, 언어가 없었던 날에도
내 먼저 산화했던 거룩한 넋이 있어
그렇게 피었다가 맺지 못하고 추락해버린
영혼의 아픔을 껴안아주고 있다

가끔, 비 갠 날 무지개가 저녁에 뜨는 것처럼
예비하지 못했던 고난의 시간 지나면
물방울 하나에도
고마워해야 할 것이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가끔은 선잠 깨던 새벽 오기 전
상념 많던 여명 속에서 소신공양 하여
서산 노을 미리 물들여보겠다

투명하게 보이는 세상을 위해
서글픈 삶을 덮어주는 마지막 우산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