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풍경처럼 / 정기모 분분하게 피어나던 꽃들이 한차례 지고 그 뒤에 일어서는 아카시아향기는 미처 닫아두지 못한 가슴 편으로 스며들어 미열이 돋고 명치끝 뻐근해지는데 초여름으로 건너서는 징검다리 따라 이팝나무 꽃들은 왜 저렇게 하얗게 일어나 바람이 불 때마다, 푸르게 흔들리다 서너 개의 꽃잎 흘리며 울음 우는지 멀리 두고 온 것들에 대한 죄스러움이 돌담을 따라 길어지는 그림자 같은데 물안개 피워 올릴 저물녘 강가로 나가 거슬러 오르는 은빛 연어떼처럼 그리움의 거리를 가로질러보아도 그대는 왜 따뜻한 풍경으로 서성거리는지 왜 손끝 떨림으로 와 닿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