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에도 봄이 왔나요?


봄이 오는 길목은 새하얀 지뢰밭입니다
자칫 디디면 하얀 파편을 뒤집어쓰고 
날카로운 바람에 살이 찢깁니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복병을 만나 얼음 감옥에서 갇히기고 합니다
여간 꿋꿋한 의지와 인내심이 없다면
견뎌내기 어려운 시리고 고달픈 여정입니다

그런데도 봄은 가장 여린것에서 시작됩니다
얼어붙은 땅을 밀고 올라오는 새싹은 
가냘프기 짝이 없습니다
마른 가지에서 먼저 얼굴을 내미는 것은 
얇디얇은 꽃잎입니다
개천의 버들강아지는 보송보송한 솜털이
 어린아이의 얼굴 같습니다
여리고 약한 것으로 당당히 거친 겨울을 밀어내기에
봄의 다른 이름은 희망입니다

여기 봄의 한 조각이 얼음 감옥을 뚫고 나왔습니다
복수초라는 우리 들꽃입니다
다 자라봐야 20cm도 안되는 땅딸보지만
제 키보다 높이 쌓인 눈을 뚫고 
고개를 쳐드는 모습이 갸륵합니다
요 녀석이 뚫어 놓은 구멍으로 볕이 스미면
굳건해 보이던 얼음 장막은 
누에가 갉아먹은 뽕잎처럼 오그라듭니다
이렇듯 조용하게 겨울은 가고 봄이 오고 있습니다

얼어붙은 우리 마음에도 한 줄기 볕이 스미는 것 같습니다 

 
                                                                 -중앙일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