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윤곤강


해 서쪽으로 기울면

일곱 가지 빛깔로 비늘진 구름이

혼란한 저녁을 꾸미고

밤이 밀물처럼 몰려들면

무딘 내 가슴의 벽에

철썩 부딪쳐 깨어지는 물결...

짙어 오는 안개 바다를 덮으면

으레 붉은 혓바닥을 저어

등대는 자꾸 날 오라고 부른다.

이슬 밤을 타고 내리는 바윗 기슭에

시름은 갈매기처럼 우짖어도

나의 곁엔 한 송이 꽃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