還鄕/休靜(西山大師)  

  
三十年來返故鄕  서른 해만에 고향에 돌아와 보니 
삼십년래반고향    
 
人亡宅廢又村荒  옛사람들 다 가고 집은 무너져 
인망택폐우촌황

靑山不語春天暮  청산은 말이 없고 해는 저물어   
청산불어춘천모 
 
杜宇一聲來渺茫  어디서 들려오나 소쩍새 울음 
두우일성래묘망
 
一行兒女窺窓紙  어린소녀들 줄지어 창틈으로 엿보고
일행아녀규창지 
 
白髮隣翁問姓名  백발 이웃노인이 이름을 묻는구나
백발인옹문성명
  
乳號方通相泣下  어릴 적 이름 대자 서로 눈물 흘리고
유호방통상읍하
 
碧天如海月三更  바다같은 푸른하늘에 달은 삼경에 걸려있네 
벽천여해월삼경
 
(해 설) 
어릴 때 출가 입산하여 인연을 끊었던 옛 고향을 삼십년 만에 
찾아와 보니 그 동안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옛 살던 집은 헐리어 마을은 온통  황량하다. 
사바(裟婆)에 두고 온 일체 인연을 끊으려고 모질게 애써왔던  
그 긴 수도(修道)의 세월 … 
그러나 이 밤, 그 오랜 비정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순식간에 
사바의 정(情)으로 회복되고 만 것이다. 
 
동네 아녀자들이 희미한 옛 모습 떠올려 아무 게 아닐까하는 
추측으로 모여들어 문구멍을 뚫고 차례로 들여다보고 있는데,  
백발노인 한 분이 이름을 묻기에 아명(兒名)을 대자 짐작대로 
친구의 아들임을 확인 하고는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짓는다. 
 
스님으로서가 아닌 순수한 인간으로서의 눈물! 
한 밤에 떠있는 달을 쳐다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