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저녁 / 이동순  

 

오늘은 비가 오고 바람이 불었습니다

길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우수수 몰려 다녔습니다

 

그대에게 전화를 걸어도 신호만 갑니다

이런 날 저녁에 

그대는 어디서 무얼하고 계신지요

 

혹시 자신을 잃고 

바람 찬 길거리를 터벅터벅

지향없이 걸어가고 계신 것은 아닌지요

 

이 며칠 사이 유난히 수척해진 

그대가 걱정스럽습니다

 

스산한 가을 저녁이 아무리 쓸쓸해도

이런 스산함쯤이야 아랑곳조차 하지 않는

그대를 믿습니다

그대의 꿋꿋함을 나는 믿습니다

 

          배경음악   포레 (파반느 op.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