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건강, 색깔에서 길을 찾다’ ④ 녹색식품
감기 기운이 있거나 빈혈이 심한 사람에게 좋은 브로콜리 들깨무침.

녹색은 자연의 색이다. 식물의 살아있는 생명력이 느껴지는 색깔이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정서적 안정감과 편안함이 전달돼 신경·근육의 긴장과 스트레스가 풀린다. 녹색이 가득 찬 산림욕을 ‘치유의 숲길’이라 부르는 것은 이래서다. 우리 국민은 연중 5개월 이상을 녹색(숲과 나무)을 보지 않은 채 지낸다. 요즘 같은 단풍철엔 녹시율(綠視率)이 더 떨어진다. 녹시율은 한 지점에 선 사람의 시계 안에서 녹색 식물이 점유하는 비율을 가리킨다. 녹시율이 낮으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녹색을 찾게 된다. 그래서일까? 브로콜리·시금치 등 겨울이 제철인 녹색 식품에 눈길이 간다. 녹색 식품을 대표하는 색소이자 식물영양소(파이토케미컬)는 엽록소다. 엽록소는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피로를 풀어줘 ‘푸른 혈액’이라고도 불린다. 녹색 식품엔 또 눈 건강에 이로운 비타민 A와 피로회복·감기 예방을 돕는 비타민 C 등이 풍부하다. 녹차·시금치·브로콜리·키위 등 ‘녹색 4인방’의 웰빙 효과를 알아보자.

고혈압·당뇨환자에 좋아 … 충치 막는 효과도

녹차


녹차의 소문난 식물영양소는 카테킨이다. 카테킨은 콜레스테롤의 배설을 촉진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녹차가 동맥경화·뇌졸중·심장병 예방을 돕는 식품으로 알려진 것은 이래서다.

 당뇨병 환자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카테킨이 당질의 소화·흡수를 늦추기 때문이다.

 녹차는 다이어트에도 유용하다. 역시 카테킨의 효과다. 녹차가 첨가된 사료를 먹인 쥐에서 복부 지방이 덜 쌓인다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입증됐다.

 구강 건강에도 이롭다. 카테킨은 충치균의 성장을 억제하고 입안의 유해 세균을 죽인다. 피부 노화 억제도 돕는다. 카테킨과 비타민 C가 콜라겐·엘라스틴의 재생을 도와서다. 카테킨은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의 일종.

 건국대병원 영양팀 유정아 팀장은 “카테킨은 비타민 C보다 항산화 효과가 더 강력하다”며 “암 예방·혈압상승 억제·심장병 예방 등 다양한 효과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녹차의 카테킨을 효과적으로 섭취하려면 너무 여러 번 우려내지 말아야 한다. 카테킨은 처음 한두 번 녹차 잎을 우려낼 때만 추출된다. 녹차 1회분으로 적당한 잎의 양은 1~2g이다. 진할수록 좋은 것으로 잘못 생각해 잎을 많이 넣어 떫게 마시는 사람이 있다. 이 경우 타닌의 과다 섭취로 변비에 걸릴 수 있다. 녹차를 차로 마실 때 알맞은 물의 온도는 60~80도다.

비타민 C 감자의 7배 … 흡연자는 챙겨먹도록

브로콜리


브로콜리는 라틴어로 ‘가지(branchium)’라는 뜻이다. 요즘은 사철 먹을 수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겨울 채소다. 11월∼3월이 제철이다.

 영양적으론 비타민 C·베타카로틴 등 항산화 비타민과 칼륨이 풍부하다. 특히 비타민 C(100g당 98㎎)가 많이 들어 있다. 레몬의 두 배, 감자의 7배에 달한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거나 담배를 많이 피우거나 감기 기운이 있는 사람에게 권장된다.

 혈압을 조절하는 미네랄인 칼륨도 100g당 307㎎이나 들어 있다. 변비·대장암을 예방하는 식이섬유 함량(1.4g)도 높은 편이다.

 열량은 100g당 28㎉로 다이어트하는 사람에게도 전혀 부담이 없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브로콜리에 든 식물영양소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인돌-3-카비놀과 설포라판”이며 “디인돌리메탄이란 성분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한다”고 설명했다. 브로콜리의 유명한 항암성분인 설포라판은 끓이거나 오래 삶으면 상당량이 파괴된다. 살짝 데치거나 식용유에 볶아 먹는 것이 설포라판을 더 많이 보전할 수 있다.

 일반 채소에 비해 철분이 두 배가량 많다는 것도 브로콜리의 매력이다. 빈혈이 심한 사람에게 추천할 만하다. 식이섬유도 풍부해 변비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철분 풍부해 젊은 여성·어린이 많이 먹어야

시금치


백내장은 피부의 주름과 닮은 데가 많다. 나이가 들면 깊어지고 태양의 자외선을 오래 쬐면 생기며 눈·피부에 유해산소(활성산소)가 장기간 쌓이면 발생한다.

 이 중 가는 세월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햇볕을 일절 받지 않고 그늘에서만 지낼 수도 없다. 유해산소의 축적은 항산화 물질로 대처가 가능하다.

 루테인·제아잔틴·베타 카로틴은 우리 눈을 보호해주는 식물영양소다. 시금치는 이 셋이 모두 풍부한 채소다. 게다가 눈 건강을 돕는 비타민 A가 가장 많이 함유된 채소다. 비타민 A는 시금치의 줄기보다 잎에 많다.

 영양학자들이 눈 건강에 유익한 식품으로 시금치를 꼽은 것도 이래서다.

 시금치엔 엽산(비타민 B군의 일종)이 풍부해 두뇌를 활성화하고 치매를 예방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빈혈 예방에도 유익한 채소다.

 한양대병원 영양과 강경화 영양사는 “빈혈 예방을 돕는 철분 함량이 100g당 2.5~3.7㎎으로 당근(0.7㎎)·고추(0.9㎎)·피망(0.5㎎)의 약 세 배”이며 “빈혈이 있는 여성이나 성장기 어린이에게 권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항암 식품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금치를 매일 꾸준히 섭취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은 35%, 대장암은 40% 정도 발병률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시금치는 사철 나오지만 특히 겨울 시금치는 추위·눈보라를 맞고 자라 향이 강하고 당도가 높다.

까만 씨에는 비타민 E, 오메가-3 지방산 풍부

키위


뉴질랜드엔 키위가 셋 있다. 새 키위(뉴질랜드에만 살며 날지 못한다), 사람 키위(뉴질랜드 백인의 별칭), 과일 키위다. 과일 키위는 국조인 키위와 비슷한 갈색 털로 덮여 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키위의 원산지는 중국 양쯔강 주변이다. 1906년께 중국에서 뉴질랜드로 건너온 차이니즈 구즈베리(Chinese gooseberry)가 개량된 것이다.

 이 과일의 3대 영양소는 비타민 C·칼륨·식이섬유.

 생과 하나(비타민 C 75㎎ 함유)를 먹으면 하루 비타민 C 섭취 권장량(100㎎)을 거의 채울 수 있다. 혈압을 조절해주는 미네랄인 칼륨도 상당량 들어 있다. 식이섬유는 변비를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성분이다.

 키위는 다이어트용·후식용으로 인기가 높다. 한 개의 열량이 47㎉에 불과해 체중감량 중인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도 권할 만하다. 당분이 생각보다 적게 들어 있어서(한 개당 약 11g) 한두 개 먹어도 혈당이 급하게 올라가지 않는다.

 차움 푸드테라피 이기호 원장은 ”고기·생선을 먹은 뒤 후식으로 키위를 권하는 것은 단백질분해효소(액티니딘)가 들어 있어서”이며 “질긴 고기를 조리할 때 미리 키위즙을 뿌려두면 고기가 연해지고 소화가 잘 된다”고 말했다.

 우유 등 유제품에 키위를 섞어 바로 먹지 않고 보관하면 맛이 써지는데, 이는 액티니딘이 유단백질을 분해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액티니딘은 일부 사람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도 있다.

 키위를 먹을 때 씹히는 씨들엔 항산화 비타민인 비타민 E와 혈관 건강에 이로운 오메가-3 지방이 들어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브로콜리 들깨무침

재료(4인 기준): 브로콜리 1개, 들깨무침장(된장 3분의 2큰술, 들깨가루 2큰술, 곱게 다진 호두 1큰술, 매실엑기스 3큰술, 들기름 1큰술, 천일염 조금)

1 브로콜리는 봉오리를 나누어 썬다. 2 끊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브로콜리를 파랗게 데쳐 냉수에 건진다.

3 브로콜리의 물기를 빼서 그릇에 올린다. 4 들깨무침장 재료를 잘 섞어 (3)에 뿌리거나 접시에 들깨무침장을 먼저 뿌리고 그 위에 브로콜리를 얹는다.

※요리=이양지 자연요리연구가(마크로비오틱 쿠킹 스튜디오), 스타일링=김옥정

한방에서 보는 녹색

● 음양오행 중 목(木)에 속한다 ● 간장의 건강과 관련 있다 ● 시각적인 안정을 주고 신경·근육의 긴장을 완화한다

※자료=정이안한의원

녹색식품에 함유된 식물영양소(파이토케미컬)

● 카테킨 폴리페놀의 일종으로 녹차의 떫은맛 성분, 녹차·홍차·우롱차에 함유, 홍차·우롱차의 경우 발효 과정에서 반 이상의 카테킨이 감소

● 비타민 C 항산화 비타민,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호르몬의 합성에 유용, 원기 회복에 유익하고 피부 미용에 효과적

● 비타민 E 항산화 비타민, 생식 건강 비타민, 산화되기 쉬운 불포화 지방이 활성산소에 의해 파괴되는 것을 억제

● 엽산 비타민 B군의 일종, 성장과 혈액 형성을 위해 필요, 유아기·성장기·수유기에 필요량 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