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라면 먹는 건 '때린 곳 또 때리는 격’

연말을 맞아 송년회 등 잦은 술자리를 갖고 있는 대학생 김 모씨(24, 경기 수원시)는 술 마신 다음날 해장은 꼭 라면국물로 하는 습관이 있다. 숙취 해소 음료나 북엇국 같은 맑은 국물 보다 라면이나 짬뽕 등의 얼큰한 국물이 속을 시원하게 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음 후 먹는 맵고 뜨거운 국물음식은 의학적으로는 ‘최악의 해장 음식’이다.

◇해장 라면은 ‘때린 부위 또 때리는 격’

해장은 음주 이후 위산과다와 알코올로 인한 속 쓰림 현상을 음식을 통해 중화시키는 것이다. 위장을 편안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다. 또, 술을 마시면 위식도 괄약근 압력이 떨어져서 구토감이 드는데, 음식을 먹으면 위식도 괄약근 압력이 정상화돼 구토감이 사라진다. 여기에 몸이 뜨끈해지고 땀이 나면서 속이 풀리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속을 편안하게 만들어야 할 해장을 맵고 짠 음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오히려 속이 더 불편해진다. 특히,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라면은 위험한 해장음식 중 하나다. 라면 특유의 맵고 짠 맛은 알코올로 손상된 위 점막에 또 자극을 주는 역할을 한다. 라면 속 합성조미료, 식품첨가물 등은 몸 안에 남아 있는 알코올을 해독하느라 바쁜 간에게 해독 짐을 더 얹는 격이 된다.

◇자극 적은 알칼리성 음식으로… 기름진 음식은 금물!

음주 후 다음날 먹는 해장음식으로는 미역·해조류 등 칼슘과 철이 많이 함유된 알칼리성 음식이 좋다.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만들어지는 아미노산은 알코올 분해를 촉진시켜 간의 해독 작용을 돕는다. 그렇다고 해장할 때 지방이 섞여 있는 고기를 먹으면 소화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콩, 두부 등 가벼운 식물성 단백질이 위에 부담을 덜 준다. 자장면, 피자 등으로 해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기름진 음식은 소화가 더뎌 위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알코올 분해를 하는 간에 영양소를 빨리 공급하지 못하므로 해장에는 금물이다.
간은 전날 마신 술과 안주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독성 물질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큰 부담을 겪는다. 따라서 해장 음식은 합성 조미료, 식품 첨가물, 농약 등의 독성 물질이 없는 '자연 식재료'로 만든 것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술을 마시면 일시적인 저혈당과 탈수 증세가 나타난다. 또, 알코올 분해에 사용된 수분이 소변으로 빠져나갈 때 미네랄 같은 각종 전해질도 함께 배출된다. 따라서 아침에 눈을 떠서 마시는 해장 음료는 맹물보다 당과 전해질을 빠르게 보충할 수 있는 꿀물, 식혜, 과일주스, 이온음료 등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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