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김기덕
주연 : 신성일, 엄앵란, 김미혜, 트위스트 김

줄거리: 거리의 깡패가 되어 젊은 혈기와 주먹만을 믿으며 사는 주인공 두수. 천성은 착했지만 6.25전쟁 후유증으로 부도덕한 생활과 사회환경이 그를 깡패의 세계에서 기생하는 패거리로 만든다.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아름다운 여인 요안나를 만나 이성에 눈을 뜨지만 그녀가 외교관의 딸이믈 알고는 엄청난 신분의 격차를 느낀다. 모든 악조건 속에서도 열렬히 사랑하게 된 두수와 요안나.

그러나 요안나의 어머니는 이 사시를 눈치 채고는 그녀를 아버지가 있는 외국으로 보내려고 한다. 더 이상의 교제를 반대하는 주위의 모든 여건들로 모든 희망을 잃게된 요안나는 두수를 찾아가고 둘은 도망친다.

함께 살아서는 도저희 맺을 수 없는 사랑임을 느낀 두 사람은 외딴 창고에서 함께 목숨을 끊는다. 두수의 시체는 수레에 실려 추운 분벌판을 지나 묘지로 가는데...  


신성일 윤일봉 이예춘



"하늘과 땅 사이에 뭐가 있는지 아세요?"
"음... 하늘과 땅 사이라... 공기?"
"아니예요. '과.' 하늘과 땅 사이엔 과가 있잖아요?"

옛날 옛적에, 내가 태어날 기미도 안보이던 60년대... 그 시절을 우리는 한국 영화의 전성기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때 제작된 걸작이 한편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맨발의 청춘' 이였다.

40여 년전의 한국 영화를 본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돌이켜 보니 부끄럽게도 이 시절의 영화를 한편도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던 방화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보는 흑백 한국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인물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흑백 화면속에서 펼쳐지는 영화는 카페에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그 시절 젊은이들의 모습이나, 다소 과장된 몸짓으로 연기하는 주인공들, 그리고 입 모양이 맞지 않는 어설픈 더빙을 보여줌으로써 컬러화면에 길들여진 나에겐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 ' 하는 왠지 모를 그리움을 가져다 주었다.

이 시기의 대부분의 영화가 그랬듯이 맨발의 청춘 역시 통속적인 사랑타령을 다룬 멜로 영화이다.
건달인 남자 주인공과 부잣집 딸인 여자주인공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

요안나(엄앵란)와는 판이한 삶을 살아온 두수(신성일)는 요안나가 즐겨듣는다는 클래식을 들으며 쥬스를 마셔보기도 하고, 요안나 역시 두수가 즐겨보는 권투 잡지를 보고 위스키를 마시며 서로의 이질감을 극복하려는 이들의 모습은 참으로 순수하다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언제부턴가 이기적인 사랑에 익숙해졌던 나, 또는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낯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와 거의 흡사한 스토리를 우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서도 보아왔다.
(물론 '로미오와 줄리엣' 에서는 신분의 차이로 인해 이들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게 아니라 두 집안의 원수 때문이라는 것이 '맨발의 청춘' 과는 다른 점이다.)
이 두 영화의 공통점은 열렬히 사랑하는 연인들이 불가항력적인 외부의 압력 때문에 장애를 받는 다는 것,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들 연인이 맞이하게 되는 결말 역시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혈기왕성한 젊은 남녀의 파란 만장한 치정극은 끝을 맺는다는 것...
신분의 차이 때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는 스토리는 흔하게 널려있다.
과거 속에서도 현재에서도. 그러나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그 상황에서의 성에 대한 개방성, 내지는 도덕규범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몇 해 전에 이건희 회장의 딸이 삼성에 같이 근무하던 평범한 회사원과 결혼을 올려 화제를 낳은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반응이 '그 남자 땡잡았네∼' 였었지 아마?)
만약에 이들의 사랑을 양가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았다면 죽음보단... 글쎄, 이건희씨의 딸이야 집에 돈이 워낙에 많으니 수표 몇 뭉탱이 집어들고 해외로 날랐거나, 단식 투쟁을 선언했거나, 아니면 애를 하나 낳아서라도 어떻게든 둘의 사랑을 인정받으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두수와 요안나가 살던 60년대엔 이러한 반항조차도 어려웠던 시기였다.
남성과 여성이 확연히 구분되는 사회, 소위 말해서 남성이라 함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을 가지고 여자를 책임지고 가정을 부양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으며 여성은 이러한 남성을 위해 희생하고 집안일을 뒷바라지 해야하는 더 이상 논의조차 하고 싶지 않은 보수적인 시대가 아니였던가?
이런 상황에서 두 주인공은 도피행각을 벌려 놨으니 큰일을 낸 건 두말할 필요가 없는 짓이였고,
그런 상황에서 다시 돌아간다면?
어쩌면 이들은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 다는 생각을 했을테고,
결국 '이 세상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면 죽어서 저 세상에서 못다한 사랑을 나누자' 하고 요안나가 가진 약을 먹고 둘은 동반 자살을 하게 된것이겠지.
(위에 늘어놓은 내용이 영화속에서 전부다 보여지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나 충분히 유추해 봄직한 시나리오가 아닌가?)
영화는 죽고 난 후에도 같은 길을 가지 못하고 요안나는 고급 장례차에, 두수는 아가리(트위스트 김)가 수레에 끌고가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한층 더 이들의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을 보여주면서 끝을 맺는다.

이 영화, ' 맨발의 청춘' 이 그 당시 왜 그렇게도 커다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는가에 대한 해답은 쉽게 나온다.
스크린 속에서 보여지는 두 주인공의 사랑을 보면서 공감을 하고 그들이 선택한 극단적인 결말에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영화 전반에 걸쳐 흘러나오는 '고향의 봄' 은 이러한 관객들의 감정이 더욱 북받쳐 오르게 하는 데에 일조를 했다고도 본다.
무표정한 얼굴로 노래를 흥얼거리던 두수가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무언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눈빛으로 울먹이며 부르는 장면에선 누구라도 그의 슬픔을 공감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저 노래를 즐겨 부르던 요안나와는 달리 부모의 사랑이란 것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두수에겐 자신의 뿌리에 대한 그리움, 불우하게만 살아온 인생에 대한 회한의 깊이가 노래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에 그에게 '고향의 봄' 은 동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을 이루며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하면서도 그 사랑을 찾아간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걸... 이 영화 한편을 통해서 난 또 다시 깨닫는다.

예전에 주말의 명화에서 '올리비아 핫세' 가 나오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녹화해두고 펑펑 울면서 보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디카프리오' 나온 영화 역시도 극장 맨 앞줄에 앉아서 찔찔 거리면서 봤었는데...
그런데 그땐 왜 몰랐었을까?
그에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이런 영화가 있었다는 것을...
'고려장' 이라는 우리영화도 알지 못하면서 왜 우린 '나라야마 부시코' 처럼 깐느에서 상 받을 만한 영화가 없는 거지?
했었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부끄럽게만 여겨지는군...

ⓒ 영상틀 14기 박채리 (2001년 6월)




  

- - - -  - https://hellopanic.hihome.com/의 글 상략  - - -  -

사실 분명히 이 영화는 슬픈 이야기이다..
아마도 그당시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고 많이 울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웃느라 죽을뻔 했다..
인식의 코드 자체가 너무 많이 바뀌어서 받아들이는데 그때와 정 반대로 가게 된 것일까?

그 당시때 사람이 등장하고 사라질 때에는 벽이 있다면 그 벽을 한번 붙잡고 한 바퀴 돌아서 쓰러지듯 나가는 것...

그리고 성우들의 어색한 목소리,,,,,그것 때문에 아마 난 더 웃었을지 모른다..
그당시 시대에 내가 웃었다면 난 아마 또라이로 몰렸을지 모르겠다,

여전히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계급차이가 나는 사랑에 대해 더더욱 애절한 것 같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이런 사랑에 대한 환경의 주위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을 듯하다...



엄앵란이랑 신성일이 죽었을 때 의사가 하는 말이 압권이었다.

순결입니다..

또한 마지막 장면쯤 그들이 키스신을 하는데 입부분을 학(?)으로 가렸던 것....

왜이렇게 가릴려고 해야만 했을까?그런거 가리니깐 더더 상상하게 만들잖어..!!



그리고 부잣집 딸인 엄앵란이 죽었을 때 화려하게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과 신성일이 죽었는데 신발두 제대로 못신은체 트위스트김이 신성일을 리어카에 실은체 끌고 가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것이 바로 계급과 빈부의 차를 나타내는 시각인가?

이 영화를 그래두 보라고 하고 싶다..

트랜디 드라마..너무 상투적인거 아냐? 로미오와 줄리엣!??아!! 시시해!!
그리고 너무 가부장적인 영화 아니야?

여자에게만 강요된 순결이 뭐야!!
왜 여자는 돈이 많고 능력이 있는 남자만을 만나야하는거야!!
라고 말한다면 나두 할말이 없다...

그래두 60년대 사람들은 어떤 사랑을 꿈꾸었을까?라는 질문을 한다면

보라고 말하고 싶다..
트위스트 김이 경쾌하게 춤추는 장면은 지금 보는 내 마음이 시원하다..

아마도 답답하고 힘든 세상과 그런 사랑들의 갈등을 해소 할 수 있었던 방법의 트위스트 김의 트위스트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어이가 없고 분통이 터지긴 했지만 우리 선배들의 사랑하는 방식의 하나 아니였을까?라고 너그럽게 생각하고 싶다..



[ 출처 :  글 - 에버영님의 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