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옛 추억의 사진을 올리는 공간
 [추억 엽서 - 대한민국 60년] 클리프 리처드  '속옷 투척 사건'의 진실은? "청춘이여, 그대여, 우리는 젊어요. 청춘이라면 청춘의 불꽃이 강하게 타오를 동안, 사는 것을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돼요. 우리의 청춘은 길지 않으니까요." 클리프 리처드(1940년생)의 노래 '더 영 원스'(The Young Ones)의 가사 일부다. 준수한 용모와 현란하면서도 깨끗한 무대 매너, 여기에 감미로운 목소리까지. 그가 주연한 영화 '더 영 원스'가 1964년 말 우리나라에서 개봉되어 많은 청춘 여성들을 가슴 설레게 했고, 드디어 1969년 10월 15일 그가 이 땅에 왔다. 다음날부터 사흘 동안 서울 시민회관과 이화여대 강당에서 열린 공연은 전회 매진에 열광의 도가니였다. 관객들의 환호와 비명 때문에 정작 클리프 리처드의 노랫소리는 듣기 힘들었고 특히 '더 영 원스'는 클리프 리처드가 관객들의 노래를 감상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문제의 10월 18일 이화여대 강당에서 열린 마지막 공연. 관객 정원 3천 명을 훌쩍 뛰어넘는 인파가 몰렸다. 유리창이 깨져 부상당한 사람들도 있었다. 공연장에 못 들어간 사람들도 떠날 줄 모르고 환호했다. 여학생들이 보여준 이 열광적인 반응에 놀란 것은 클리프 리처드 자신보다 우리 사회의 기성 세대였다. 급기야 여학생들이 속옷을 벗어 무대로 던졌다는 소문마저 나돌았다. 어른들은 혀끝을 찼다. 그 유명한 '클리프 리처드 내한공연 속옷 투척 사건'이다.  "몇 년 전 엘비스 프레슬리가 공연할 때 속옷까지 벗어 던진 아가씨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리본을 단 사과와 마스코트, 손수건 등이 무대로 날아들었다. 클리프의 눈길이 닿는 곳에 기절하는 광경까지 볼 수 있었던 이날의 공연은 세대의 격차를 느끼게 했다." ('가요생활' 1970년 1월) 그로부터 34년만인 2003년 3월 내한공연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클리프 리처드는 그 때를 분명히 기억했다. "공항에서부터 수많은 팬들이 '클리~프!'하고 외치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팬들이 공연에서 모든 노래를 따라 불렀지요." (조선일보 2003.3.3) "언젠가 세월이 가면 그 땐 우리가 청춘들에게 가르치게 되겠죠"라는 '더 영 원스'의 가사 마지막 부분이, 이젠 50대가 된 그 날의 팬들 가슴을 잔잔하게 흔들어 놓는다. 글 : 김동식·문학평론가(인하대 교수) | 일러스트레이션 : 박광수  출처 : 조선일보 2008.08.2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