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엽서 - 대한민국 60년] 심인(尋人) 광고


"입대 영장 나왔다, 돌아와라 광수야"

 

심인(尋人)은 '사람을 찾음' 또는 '찾는 사람'을 뜻한다. 1992년 당시 총무처 발행 '행정용어순화편람'에 따르면 심인(尋人)은 '사람 찾음'으로 바꿔써야 한단다. 총무처의 노력 덕분이었을까? 이제는 심인이라는 말이 낯설다. 사람 찾기 위해 신문에 내는 심인광고도 '사람 찾기 광고'로 바꿔 써야 할까 보다. 심인광고의 뜻은 이승우의 소설 '심인광고'가 잘 말해준다.

"치매 증세를 앓고 있는 노인이거나 놀이공원에서 길을 잃은 어린이거나 신병, 또는 생활고를 비관하여 집을 나간 주부이거나 집이 싫다고 뛰쳐나간 청소년이거나 제각각의 내력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몇 가지 유형으로 대강 뭉뚱그리긴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편의적인 것이고 사연과 내막은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천 명에는 천 개의, 또는 그 이상의 진실이 있는 이치이다."
심인광고도 세월에 따라 달라졌다. 최근 흔한 건 대략 이렇다. "위 사람을 찾을 수 있도록 결정적인 제보를 주시는 분께 후사하겠습니다." 사기범을 잡기 위해 피해자가 내건 현상수배형 심인광고다. 물론 가출하거나 행방불명된 가족을 애타게 찾는 광고도 드물게나마 볼 수 있는데, 이야말로 전통적인 유형에 비교적 가깝다. 그 전통적인 유형이란 "돌아와라. 내 불찰이다", "모든 걸 용서할 테니 돌아와라" 정도가 되겠다. 집 나간 자식의 귀가를 호소하는 부모의 심정이 짧은 한 마디에서 사뭇 깊다. 황지우 시인의 '심인'이라는 시도 참고가 되겠다. "김종수 80년 5월 이후 가출. 소식 두절 11월 3일 입대 영장 나왔음. 귀가 요. 아는 분 연락 바람. 누나 829-1551." "이광필. 광필아 모든 것을 묻지 않겠다. 돌아와서 이야기하자. 어머니가 위독하시다." 80년 5월 이후라는 시기가, 시 속 심인광고에 범상치 않은 역사적 무게를 더해준다.

"아버지 바지 줄여 놨다. 돌아오라"는 심인광고 유머의 기원도 여기에 있다 하겠는데, 아버지가 내세운 일종의 협상 카드가, 크기를 줄여 자식이 입을 수 있게 만든 아버지 자신의 바지였던 셈? 궁핍의 한 시대를 증언하는 것 같기도 하다. 국내 모 통신회사는 이러한 심인광고를 길거리 광고 행사에서 활용하기도 했다. 자사 전화 서비스의 저렴한 요금을 내세우며, 통화료 때문에 집 나간 자식에게 돌아올 것을 호소하는 광고 구호를 선보였던 것.

그 시절 그 때는 왜 그리 심인광고가 많았을까? 급격한 도시화와 빈곤에서 부분적인 까닭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보따리 하나 싸들고 무작정 고향 떠나 서울역 앞에서 두리번거리는 시골 출신 젊은이들도 많았다. 앞날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집구석'에서 더 넓은 세상으로 뛰쳐나가려는 젊은이들도 많았다. 우리의 부모들은 그렇게 뛰쳐나간 자식들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심인광고의 효과는 어땠을까? 모든 자식들이 위독한 부모님을 찾아뵈었기를!


: 김동식·문학평론가(인하대 교수) | 일러스트레이션 : 박광수

사람을 찾습니다

출처 : 조선일보 2008.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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