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傷處) - 정현종 -

한없이 기다리고
만나지 못한다
기다림조차 남의 것이 되고
비로소 그대의 것이 된다

시간도 잠도 그대까지도
오직 뜨거운 병(病)으로 흔들린 뒤
기나긴 상처(傷處)의 밝은 눈을 뜨고
다시 길을 떠난다

바람은 아주 약(弱)한 불의
심장(心臟)에 기름을 부어 주지만
어떤 살아 있는 불꽃이 그러나
깊은 바람소리를 들을까

그대 힘써 걸어가는 길이
한 어둠을 쓰러뜨리는 어둠이고
한 슬픔을 쓰러뜨리는 슬픔인들
찬란해라 살이 보이는 시간(時間)의 옷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