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는 때때로 그 남자의 소식을 듣습니다.

풍문으로 들리기도 하고, 그 남자와 더불어 친했던 사람들로부터
전해 듣기도 합니다. 꽃소식이 전해지듯 그의 소식은 그녀의 삶으로
날아와서 피어나곤 합니다.

그 남자는 여전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데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그 여자는 때때로 힘이 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약속’을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동안 그 남자와 약속했던
많은 것들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 약속을 생을 두고 하나씩 지켜 나가는 일,
그것이 ‘사랑에 대한 예의’이고 ‘이별에 대한 예의’라고
그 여자는 믿습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일은 한때의 사랑을 완성시키는
마침표에 다가가는 일이라고 그 여자는 믿습니다.


서로 알게 된 사람들은 서로의 행복에 책임이 있습니다.
서로 사랑했던 사람들은 한때 서로를 자신의 삶에 들여놓았던 것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언젠가 어느 생의 모퉁이에서 서로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단숨에 ‘아, 당신. 좋은 사람으로 살아왔군요’ 알아볼 수 있게….

그렇게 만날 일이 없어도
하늘이 ‘그대, 참 수고했다’ 쓰다듬어주고 싶을 만큼….



글 김미라(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