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기에도 진한 이름

부르기엔 하늘 끝이 너무 멀다

바람조차 미동 없어 달빛만 고요한데

하도 그리운 맘 둘 곳 없어 서성이다

그대와 별을 건지던 아득한 강물을 헤아려 본다

 

지워도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이 끈질긴 그림자를

어찌 알알이 쏟아내리

피 토하며 울부짖는 두견이처럼

아파 못다 한 그리움만

망각의 뒤안갈을 파닥이다

창밖을 떠도는 구룸이 되었다

 

견우와 직녀는 칠석이라도 있어

섧다는 은하를 건너기도 하련만

너와 나 사이 가로놓인 강물은

건너기에 너무 깊어 차마 건너지 못했구나

훗날 어느 날 그대 옷 섶에 찬바람 스미거든

잊다가 못다 잊은 이름 있어

하얀 바람벽에 더듬더듬 수놓다가

잔잔하게 식어가는 숨결인 줄 알아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