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슬픔....신경숙

 

너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차마 사랑은

네 여윈 얼굴 바라보다 일어서는 것

묻고 싶은 맘 접어 두는 것

말 못하고 돌아서는 것

 

하필 동짓밤 빈 가지 사이 어둠별에서

손톱달에서 가슴 저리게 너를 보는 것

 

문득

삿갓등 아래 함박눈 오는 밤

창문 활짝열고 서서

그립다 네가 그립다

눈에게만 고하는 것

 

끝내

사랑한다는 말따윈 끝끝내 참아내는 것

숫눈길

따뜻한 슬픔이 딛고 오던 그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