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고독, 그리고 기다림/김미경



가을이 왔습니다.
가슴에 심지 불 피워낸
키 작은 하루는
습기 찬 언어
흐느낌으로 뿜어내고
처연히 돌아 누운
쓸쓸한 기다림은
가을 고독으로 읊조립니다.


부치지 못한 편지
꺼내놓고
망설이다 망설이다
가을은 저물고
서로를 위한 긴 침묵 위로
쌓여가는 마른 잎새 하나


갈잎 가슴에 샘 하나 심어주고
떠난 당신
이 가을 한없이 차올라
나를 묻는 세월의 끄트막도
내 추억속은 온통 당신뿐입니다.


가을이 왔습니다.
햇살보다
낮은 하늘이 지워 지고
쏟아버린 노을은
심연의 침묵 속으로
칼칼히 헹궈져
다시 내일로 태어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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