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동구밖을 나서면

가슴 저미는 바람이 있다



먼 길 떠나고 싶은 나무들

빗물에 몸을 씻고 어디로 갈려나

고운 옷 갈아입었다

스산한 바람이

빛고운 가지를 흔들어댄다

날 따라오라고





9월 강둑에 서면

두 팔 벌려도 안을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누가 널

애호박 꽃이라 했던가

새벽이슬 초름히 내린

섶다리 건너

모래 방천에서 흐드러지게

뽐내고 있는 너를





9월 해거름 산길에 들면

풀피리처럼 애잔한 바람이 있다




저문 산 그림자 쓰고

사십줄 여자의 배꼽 같은 풀꽃들이

바위틈에 불그레 물들었다.

바람에 마음 맡기고

노을빛 구름위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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