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김지란

무심한 일상 속에
내가 살아 나는 건
잊혀진 이름 석 자
불리워질 때

갈래머리 길게 땋아
어깨에 드리우고
자그마한 들꽃 하나
책갈피에 끼워 넣고
새침한 걸음걸이 종종댈 적엔
행여나 불일 새라
눈 흘김.
첫사랑 아스라이
멀어진 추억 되듯
이름 석 자 변변찮이 묻혀만 가고
그 긴 세월
차 별 대 우.
불혹의 언덕에 서성일 때에
서러움 한 보따리 내어 놓는다
어미로. 아내로.
살아 온 흔적 속
그 시간 혼자만 서러웠노라
반백에 얽힌 타래 풀어 놓으며
비로소 웃음 짓는
나의 분신이여

누군가 나를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살아나는
내 이름 석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