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민/ 나태주



미스 강 미스 장 미스 진
그 흔한 술집 성씨 중의 하나인
미스 민
아버지 어머니가 물려주고 지어준
성씨와 이름은 아예 어느 시궁창에다
버리고 왔는지
그냥 미스 민
어느 해 여름날 밤이던가
미친 바람이 불어 찾아간 부여의
뒷골목
이름조차 아리송한 후진 맥주집
그녀도 한 마리 짐승이 되고
나도 한 마리 짐승이 되어
만난 미스 민
실컷 지꺼리고 웃고
실컷 술 마시고 그냥 그렇게
그날 밤 헤어졌는데
그 뒤로 얼마의 세월이
흘렀던가 어느날
공주의 뒷골목 청솔이란
술집에 찾아갔더니
아, 거기 미스 민이
와 있는 게 아닌가
실은 나는 언제 그녀를 만났는지
어디서 만났는지
깡그리 잊어먹고 있었는데
그녀는 나를 보자 담박 알아보는 게 아닌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만났는지
그 모든 것들을 소상하게
기억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날 밤
내가 적어 준 시덥잖은 시나부랭이까지
손지갑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때의 그 부끄럽던 마음이라니...
더럽혀질대로 더럽혀진 나의 마음에 비하여
그녀는 얼마나 깨끗한 순정을 지닌
이 나라의 아름다운 한 사람
아낙이던가...
알아주는 사람 있으나마나
제멋대로 피었다 제멋대로 지는
서럽도록 노랗고 파란 우리나라 들꽃인
달맞이꽃이나 달개비 아니면 꼭두서니 같은
미스 민
술을 많이 마시면 피가 더러워져서
살이 찌고 얼굴빛이 검어져요
슬프게 웃으며 말하던
술집 성씨 미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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