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는 날개가 무거워 바위에 쉬어 앉았다
평생 꿀 따던 꽃대궁처럼 어지럽지 않았다
등판에 밴 땀내도 싫지 않았다

달팽이 껍질에 무서리 솟던 날
마지막 빈 꽃 듣던 바로 그 다음날
바람은 낙엽인 줄 알고 나비의 어깨를 걷어갔다

나비의 몸은 삭은 부엽에 떨어져
제 주위의 지층을 오래 아주오래 굳혀갔고
바위는 느리게 아주 느리게 제 몸을 헐어 가벼워졌다

지금 저 바위는그 나비다
지금 저 나비는 그 바위다
봐라, 나비위에 갓 깬 바위가 앉아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