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트막한 사랑

사랑 하나 갖고 싶었네
언덕 위의 사랑 아니라
태산준령 고매한 사랑 아니라
갸우듬한 어깨 서로의 키를 재며
경계도 없이 이웃하며 사는 사람들
웃음으로 넉넉한

사랑 하나 갖고 싶었네
매섭게 몰아치는 눈보라의 사랑 아니라
개운하게 쏟아지는 장대비 사랑 아니라
야트막한 산등성
여린 풀잎을 적시며 내리는 이슬비
온 마음을 휘감되 아무것도 휘감은 적 없는

사랑 하나 갖고 싶었네
가슴이 뛸 만큼 다 뛰어서
망둥이 한 마리 등허리도 넘기 힘들어
개펄로 에돌아
서해 긴 포구를 젖어드는 밀물
아침내 한 바다를 이루는

사랑 하나 갖고 싶었네
이제 마를 대로 마른 뼈
그 옆에 갸우뚱 고개를 들고 선 참나리
꿀 좀 핥을까 기웃대는 일벌
한 옴큼 얻은 꿀로 얼굴 한번 훔치고
하늘로 날아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