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

서영처


내 속에 들어앉은 슬픔을 꺼내놓자
무덤이 하나 더 늘어난다
구름 같고 산 같은 무리
늙은 소나무 회나무가 능을 향해 경배한다
나는 잔디밭에 누워
노른자위 황금의 위치를 추적해 본다
덤덤하게 등 맞대는 슬픔
팽팽한 법칙을 놓친 항성들인지 모른다
신음 소리를 땅 속에 묻어버린,
순간, 고분들 두근 거린다
침묵이야 말로 오래 묵힌 소음인 것을
꺼내놓은 슬픔을 집어넣자
슬그머니 능이 하나 사라진다


1964년 경북 영천 출생
경북대학교 음악과에서 바이올린 전공
영남대학교에서 국문학 박사과정 수료
2003년 계간 <문학.판>으로 등단
시집 『피아노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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