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동차 구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돈이 있어도 신차 구입하기가 힘들다. 차량을 주문하면 인도까지 보통은 1년, 인기 차종의 경우 2년 가까이 기다려야 살 수 있다. 이 뿐이 아니다. 집에서 게임을 하고 싶어 플레이스테이션을 주문했지만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대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 여파는 여러 산업군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는 왜 부족한 걸까? 그 복합적인 이유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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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대란이 일어난 건 2020년부터다. 공교롭게도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 엔데믹의 상황에 점차 일상을 회복해가고 있지만 반도체 대란은 여전히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앞으로 2년 정도는 더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왜 그럴까?
 
반도체 대란의 원인
현재의 반도체 대란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말 그대로 반도체 대란은 반도체 공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여러 요인 중에 미국의 중국 제재로 인한 중국 자동차 반도체 제조업체 SMIC의 생산 차질이 첫 번째로 꼽힌다. 
 
삼성이나 TSMC에 비해 저가 라인업으로 차량용 반도체를 만들었던 SMIC가 미국 제재로 인해 생산량이 줄어들자 제너럴모터스(GM)이나 도요타자동차, 폭스바겐 같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는 물론 우리나라의 현대, 기아차 등도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 생산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이 절정에 달했다.
 
두 번째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의 확대다. 2020년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신차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강력한 거리두기와 함께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재고를 줄였고 반도체 제조사들도 수익성이 낮은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감산에 들어갔다. 하지만 신차 수요 감소는 일시적이었고 2021년부터 반도체가 특히 많이 들어가는 전기차가 역대급으로 성장하면서 차량용 반도체의 수요를 폭증시켰다. 
 
세 번째는 반도체 수요의 구조적인 증가이다. IT산업용 반도체의 수요는 코로나와 상관없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IT용 반도체는 차량용 반도체에 비해 수익성이 높아 차량용 반도체의 생산 우선순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순하게 비교하면 스마트폰의 지난해 판매량은 12억 5천만대인데 자동차 판매량은 7천만대 수준. 또한 스마트폰은 1~3년 사용하고 바꾸는 반면 차량은 최소 5년 이상, 중고차 시장까지 고려하면 15년 동안 이어진다. 마진도 IT용 반도체는 15~20%인데 차량용 반도체는 저가이면서 5~10%의 마진밖에 남지 않는 구조라서 반도체 회사가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생산할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또 하나 AMD가 인텔과 고성능 반도체 경쟁에서 앞서면서 대량 생산을 위해 세계 최대의 차량용 반도체 제조회사인 대만의 TSMC에 주문을 맡겼는데 마진이 적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은 줄이고 마진이 많이 남는 고성능 반도체 생산을 늘리면서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은 더 심화됐다.
 
여기에 최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반도체 소재 품귀, 중국의 도시 봉쇄로 인한 물류난 심화, 일본 지진으로 인한 현지 반도체 공장 가동 차질 등이 겹치면서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갈수록 늘어
자동차에는 적게는 200개에서 많게는 500개의 반도체가 사용된다고 한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차량용 반도체는 여러 전자 장비를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센서, 엔진, 전장 등 핵심 부품에 차량용 반도체가 들어간다. 
 
여기에 최근에는 자동차의 전장화와 전동화로 차량 한 대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엄청나게 늘어났다. 최신 차량에는 각종 안전장치, 편의사양, 첨단 주행 보조 기능 등에 다양한 전자장비가 탐재되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평균 2배 정도 많은 반도체가 사용된다고 한다.
 
차량용 반도체의 품귀 현상은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수요 예측 실패와 반도체 생산 공정에 대한 이해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부품은 재고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제조사가 필요한 만큼만 생산해 공급하는 저스트 인타임 방식을 운용하는데 반도체 생산은 수요가 늘어났다고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어 기존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생산 공장을 증설한다고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독일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인피니언 테크놀로지는 최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공장의 반도체 설비를 증설한다고 했지만 2024년부터 출하되며 일본의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 역시 화재 후 설비 투자를 하고 있지만 2023년에나 가동되며, 대만의 TSMC 역시 일본 구마모토에 새로운 공장을 짓고 있지만 2024년 12월에나 가동 예정이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일부 편의사양을 삭제한 ‘마이너스 옵션’ 차량을 출고하고 있다. 열선 시트나 오토 에어컨 등 중요도가 낮은 옵션을 삭제하는 것이다. 현대차의 경우 반도체가 탑재되지 않은 부품으로 우선 출고한 뒤 추후에 부품을 교체해 주는 방식의 생산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차 출고가 늦어지면서 중고차 시세도 요동치고 있다. 중고차는 보통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지만 반도체 대란으로 신차 출고가 지연되면서 출고된 지 얼마 안된 신차급 중고차의 경우 신차보다 더 비싼 프리미엄이 붙어서 판매되고 있다.
 
신차 출고 좀 더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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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올해에도 반도체 대란은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도체 제조회사들 입장에서도 코로나19가 잦아들고 있지만 일시적으로 폭등한 반도체 수요에 맞춰 무작정 설비를 증설했다가 손해를 볼 수도 있어 설비 증설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부 회사들이 증산 계획을 발표했지만 그 효과가 빨라도 1~2년은 지나야 나타난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반도체 대란은 2024년은 되야 상황이 풀릴 전망이다.
 
글 출처 : An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