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수혜안나
2022.04.01 00:37

이 글과 몇 번을 마주합니다

부모님이 수도원 지원을 반대하셨을 때, 처음으로 3박4일 가출이란 것을 해봤습니다

가출로 떠난 곳은 계룡산 어느 웅장한 한옥 민박집이었는데

그 때, 번뇌가 참으로 깊었지요

사흘이 지나고 결론을 얻었습니다

가족이라는 소우주 속 희생과 사랑도 실천하지 못하는 내가 대우주의 사랑을 보듬을 수 있을까..

오랜 시간 간구해 왔던 마음을 접고 산에서 내려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때 그대로 수도원으로 떠났더라면

우물 안 개구리 되어 지금 이 순간은 분명코 없슴이라는 것을 잘 알지요

'나를 버리니 우주가 내 안에 있더라'는 말이 가슴에서 메아리 칩니다

허나, 하산한 도반의 하루 하루가 얼마나 버거웠을지...

그 아픔에 목이 메입니다

 

영적 성장은 늘 그런 것 같아요

내면 의지가 대상과 과감히 맞서 부딪칠 때, 볼모의 대지에서 새움이 돋아나는...

내 삶을 온전히 비워낸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어야지요

덕분에 나머지 설움도 씻김해 봅니다

 

글 내려놓으시는 수고로움에 진심 감사드립니다

福 많이 짓는 날들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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