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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Misty Rain 그리고 아티스트 레인(The Rain)
슬픈(blue) '클림트(화가)'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 아름답고 독특한 자켓의 앨범 Misty Rain으로 정식 데뷔한 뮤지션 '레인(The Rain)'은 작곡가 겸 프로듀서이다. 10대 초반 중학교 시절부터 작곡을 시작한 그는 데뷔 앨범의 모든 곡을 스스로 작곡, 편곡 그리고 프로듀싱 했으며 감성 있는 피아노 솜씨로 앨범의 멜로디를 엮어낸 그는 자신의 데뷔 앨범을 가리켜 '일상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감성에 충실하게 표현한 리포트'라고 한다. 그리고 그 감성들은 음악뿐 아니라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 음반의 북클릿에서도 짤막하지만 충실하게 표현되고 있다. 레인의 데뷔 앨범은 뉴에이지 연주 음반이다. 주 멜로디 라인을 이끄는 피아노는 이미 언급한 것처럼 본인이 직접 연주했으며, 바이올린과 첼로는 그와 평소 친분이 있었다는 러시아의 클래식 연주자들이 참여했고, 인기 그룹 '더 클래식'의 박용준이 키보드를 도와주고 있다. 한번들은 멜로디가 어쿠스틱 사운드 속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는 이 앨범은 분명 특별하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랐고, 도시에서 사랑에 빠졌고, 이별의 아픔을 느꼈으며, 내리는 빗방울에 까닭 모를 그리움에 눈시울을 적셨고, 젊은 뮤지션으로서의 작지만 예쁜 희망과 바람을 가진 것도 도시에서였다. 열 아홉 살 청년 뮤지션 레인은 철저히 자신의 세계에서 느꼈던 많은 감정들을 도시적 감성, 그리고 이제 막 어른이 되어가는, 아직은 순수한 감성으로 표현한다. 여기에는 아름답지만 공허한 록키 산맥의 외딴 시골 마을의 정경도 없고, 호숫가에서 피어 오르는 물안개의 낭만도 없다. 단지 사랑, 이별, 고독, 그리움 그리고 비(雨)에 관한 맑은 감성만이 존재한다. 처량하지 않은 우수와 세련된 기쁨이 공존한다. 그리고 이것은 그와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는 도시인의 감성과 소통하려 한다. 이전의 많은 뉴에이지 음악들이 그저 아름다운 배경으로 존재하는 것에 만족했지만 그의 음악은 가슴으로 느껴지기를 갈구한다. 이 특별함이 더 좋은 건 결코 의도하여 빚은 결과가 아니라 가슴을 열고 대중들에게 다가가기를 원하는 한 청년의 순수함의 산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곡의 제목만 한 번씩 보고 일단 음악을 들어보자. 모든 곡에서 그럴 수야 없겠지만 분명 몇 곡에서는 뮤지션이 무엇을 표현하려 했는지 그 의도가 어렴풋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 때 북클릿을 살짝 열어보자. 분명 당신이 방금 느꼈던 그 감정과 뮤지션의 감정이 꽤 많이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1. PROLOGUE 비가 내린다. 난 다시 깨어나 버렸고, 시간이 멈춰버린 방 안에는 그리움만 낮게 흐른다. 2. MISTY RAIN 안개비의 숲에서 길을 잃었다. 손을 내저어보지만 그저 축축할 뿐이다. 다행이다. 그리움에 말라버린 내 입술을 애써 적실 필요 없으니. 울음을 참으려 일그러진 내 입가를 들키지 않을 테니. 3. WINTER SONG 냉기는 곧장 심장으로 달려든다. 쩡. 얼어붙은 강물 위에서 왈츠를 춘다. 빙글빙글 원을 그리는 내 손은 그러나 찬 공기만 살포시 쥐고 있다. 4. REMEMBER 화난 얼굴로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그들도 가슴에 고이 접어놓은 추억 한 자락쯤은 있겠지. 그 사람은 날 기억하고 있을까. 내가 그 모든 순간들을 기억하는 것처럼. 5.NOCTURNE 오래 떠나 있던 피아노 앞에 앉았다. 조심스레 먼지를 털고, 가벼운 설렘을 느끼며 건반들을 더듬는다. 밤의 안온함에, 내 보잘 것 없는 피아노 선율에 세상의 모든 연인들이 행복해지길 바래 본다. 6. SOLITUDE 고독은 새벽까지 가위가 되어 나를 누른다. 벗어나려는 내 몸부림은 곧 허망해진다. ......울고 말았다. 7. RAINDROPS 앞선 이가 남겨놓은 발자국에 비가 고였다. 통, 통 고인 빗물 위로 리듬처럼 빗방울이 떨어진다. 내 음악이 저렇게 예쁠 수 있다면...... 8. THE LETTER 그리움은 차서 넘치면 때로 활자가 되기도 한다. 영혼으로 한 자 한 자 꼭꼭 눌러쓴다. 사. 랑. 해. 9.NEVER CRY 울지 말자.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절대 울어선 안 된다. 그 사람 때문이라면. 10. GRIFFITH 그 사람의 푸른 미풍 같은 미소와 가지 잘린 플라타너스 같은 등허리를 모두 보았던 곳. 이 곳은 여전히 행복하다. 11. NOVEMBER 가을이 떠난다. 겨울도 그다지 나쁘진 않다고 속삭이며 멀어져 간다. 12. A GIRL WITH SMILE 등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나를 붙든다. 연주 참 좋았어요. 발갛게 상기된 낯선 소녀의 볼에는 수줍은 미소가 걸려있다. 13. IN THE SILENCE 거대한 정적이 내려앉은 깊은 밤, 다시 기도한다. 새벽이 오면, 이 고요함이 걷혀지면 괜한 슬픔 갖지 않게 하옵소서.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게 하옵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