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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또
2013.08.31 23:04

친한 친구가 같은 동네에 살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이니 거의 55년이 되어가는

친구랍니다. 제가 집을 짓고 있습니다. 아니지. 제 집을 남이 지어주고 있지요. 이 친구는

예전에 자기 집을 지어본 적이 있어서 저에게 도움이 되라고 이 것 저 것 조언을 하려

합니다. 저는 귀담아 듣지 않습니다. 솔직히 앞으로 집장사로 나설 것도 아니고 집짓는

동안이나 집을 지은 후에도 뭐 건축에 대해 알고 싶지도 않고 지어놓으면 냉난방이나

잘되어서 편히 살고 싶은 마음뿐이니 뭐 어려운 용어까지 알아가며 신경 쓰면서 집짓고

싶지 않은 거지요.

 

만나면 술자리입니다. 무슨 이야기가 나오면 저는 잘 모릅니다. 세무관계가 어쩌고 하면

머리에 쥐가 납니다. 이 친구는 부동산 매매 시 조심해야 하는 것을 비롯해서 탈세하는

방법 등 정치 경제 예술 분야 전반에 걸쳐 모르는 게 없습니다. 저는 이야기 내용에 아무런

관심이 없을뿐더러 귀담아 듣고 싶지도 않습니다. ‘너는 무슨 이야기만 나오면 모른다고만

하는데 니가 아는 건 도대체 뭐가 있니?’하고 친구는 묻습니다. ‘솔직히 내 분야 아닌 재미없는

이야기는 싫어. 야! 술자리에선 뭐 여행 같은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나 술 이야기나 하자’

 

‘넌 왜 인생을 그렇게만 살려고 하니?’ ‘나는 그냥 이대로 살래. 이 나이에 뭘 배운다고

공인중개사나 법무사나 건축사 될 거도 아니고 만약에 혹시 일 생기면 그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그냥 살래. 머리에 넣고 싶지도 않고 넣으려 해도 돌아서면 잊어버려. 그러니

자꾸 나한테 부담 주지 마. 술이나 맛있게 먹어.’

 

‘건축비 절감하려면 이거 알아야 되고....’ ‘아 됐다니까.... 돈 더 주고 신경 안 쓰고 그냥

입주한다고. 가진 게 돈 밖에 없는 거 잘 알면서 그래.’ 내가 버럭 소릴 지른다. 실은 융자를

좀 받아야 집이 완성될 것 같아 걱정이긴 하지만.

 

세상에 전문가는 너무 많다. 집 한번 짓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전문가 행세하며 한마디씩

하는데 난 속절없이 바보로 지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너무 모르니 바보인 건 분명하지만

모른다고 해서 친구를 비롯해 처남까지 나를 완전 바보 취급까지 하면서 충고하진 말아야

할 것인데.

 

알고 싶지도 않다니까 나는. 억지로라도 편하게 살 거라니까 나는. 뭐 백년을 살 거여

이백년을 살 거여. 술 한 잔을 먹어도 즐거운 자리에서 즐거운 이야기 하며 먹고 싶당게.

제발 싫다는데 나에게 뭘 주입시키지 말라고. 내가 좋아서 하긴 했지만 그래도 일 년 동안

공부하느라고 힘들었어. 그동안 그래도 아는 척 한마디도 안했잖아. 재미없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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