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를 표하다 / 오늘의 오프닝
러시아의 작가 도스토예프스키는 스물한 살에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놀라운 작품을 썼습니다.
이 데뷔작은 당대 최고의 평론가 벨린스키에게 전해졌습니다.
한밤중에 잠옷 차림으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원고를 읽기 시작한 벨린스키는 몇 페이지를 넘기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지요. 방으로 가서 정장을 차려입은 다음 벨린스키는 다시 책상 앞에 반듯하게 앉아서 작품의 나머지 부분을 읽었습니다. 신인의 작품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내공은 대가의 그것과 같아서, 벨리스키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 정장으로 갈아입었던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좋은 작품을 쓴 도스토예프스키의 재능에 대한 엄청난 찬사입니다.
두 번째로는 평론이라는 님무를 너무나 성스럽게 수행하고 있는 평론가 벨린스키의 신뢰감에 대한 찬사입니다.
자신의 일에 진정성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남다른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대하는 벨린스키의 모습처럼요.
당신이 보낸 시간, 당신이 만든 '하루'라는 작품에도 예의를 표합니다.
글 출처 : 김미라(오늘의 오프닝, 페이퍼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