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콜 센터 / 오늘의 오프닝
<볼링 포 콜럼바인>이라는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받았던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는 거침없이 독설을 던지는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독설인데도 뭉클하고 따뜻하고 세상에 유익합니다. 마이클 무어의 영화에는 시대의 어둠을 고발하는 날카로운 정신과 더불어, 보는 사람들을 무장해제시키는 유쾌한 농담도 적적하게 들어 있지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마이클 무어 감독은 <마이크의 선거 가이드>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그 책에서 마이클 무어는 흥미로운 선거공약을 내걸었더군요. 만약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콜 센터'를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엉뚱하고 기발한 마이클 무어 감독다운 이야기입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과연 이 콜 센터 이야기를 웃자고 한 것일까, 궁금합니다. 정말로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고전인문학자 고미숙 씨는 서울에서 운영하는 전화 민원 상담 세처 '다산 콜 센터'를 참 잘 지은 이름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으로 치자면 경영정보학에 능했던 다산 정약용의 능력을 주목한 이름이니 그럴 만도 합니다.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 삶이 쓸쓸할 때, 혼자서는 도저히 이겨 나가기 어려운 마음의 상처가 있을 때, 딱 하루만 이를 악물고 견디는 방법을 알고 싶을 때, 다부진 각오들이 다 사라지려 할 때……. 그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볼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멋진 대답을 들려주는 콜 센터가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좋겠습니다.
글 출처 : 김미라(오늘의 오프닝, 페이퍼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