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에 내놓은 길냥이 먹이가 깨끗이 없어졌다. 육식동물인 녀석들이 먹기엔 기름기가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릇을 싹 비워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받아서 고마운 것이 아니라 주면서 고마움을 느낀다니 인간의 마음이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르겠다.


   먹어줘서 고맙다. 그러나 차가운 겨울이라 먹이 찾기가 쉽지 않을 녀석들이 굴러 들어온 한 끼를 마다할 이유가 있겠는가. 식욕이 떨어진 탓도 있겠지만, 일용할 양식을 고양이나 새들의 끼니로 제공하는 것에 점점 재미가 붙는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이야 늘 부러운 대상이지만, 성가시게 여기던 길냥이에게 애틋한 마음이 생긴 것은 순전히 지인 덕분이다. 유난히 고양이를 사랑하는 그로 인해 집 없는 것에 대해 연민이 생긴 것이다. 지인에 대한 애정이 측은지심을 낳았으니 사랑하면 모든 것이 달라지는 모양이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면 그 사람이 아끼는 것에 대해서도 다른 눈이 생긴다. 사랑하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는 법. 요즘 말로 하면, 누군가를 애정할 경우엔 그 누군가가 애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눈 하나가 더 생기는 것이다. 생명 있는 것뿐만이 아니다. 사물도 마찬가지이다.


   언젠가 지방에 있던 친구가 외국에 나가면서 자동차를 내 작업실 앞에 두고 간 적이 있다.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야 작업실로 돌아오던 나는 문 앞에 서 있는 친구의 자동차를 볼 때마다 집에 불이 켜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깜깜하던 공간이 환해지고, 누가 마중이라도 나온 것처럼 반가운 마음에 집 잘 지키고 있었냐고 묻기라도 하듯 손가락으로 톡톡 자동차를 두드린 뒤 실내로 들어가곤 했다. 생명 없는  자동차 한 대가 갑자기 온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텅 비어 외롭던 밤의 공간에 아는 이의 손때 묻은 사물 하나가 갑자기 온기를 불어넣은 것이다. 


   사랑이란 사물에 온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사랑이란 함께 타는 말과 같아서 달려도 같이 달리고 멈춰도 같이 멈춘다. 그 사람이 말 없으면 어디가 아픈가 걱정되고, 그 사람이 찌푸리면 무슨 언짢은 일이 있나 싶어 따라서 눈살을 찌푸리고, 그 사람이 눈물을 흘리면 안절부절못한다. 그러다가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웃게 된다.


   함께 페달을 밟으며 타는 자전거처럼 사랑이란 그와 내가 함께 오르는 언덕길과 같다.


글 출처 :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라도 늦지 않다(김재진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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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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