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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만 더 가보라 / 저녁에 당신에게

오작교 2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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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 내가 좋아하는 영화야!"

 

   그가 말하자 친구는 단박에 이렇게 받아 쳤습니다. "그럼 지루한 영화겠군."

 

   그런데 분명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텔레비전을 꺼버릴 것 같았던 친구는 계속해서 영화를 보고 있었습니다.

 

 

   휴대폰이 처지지 않은 마을을 찾아서 떠난 한 여자. 시간이 느릿느릿 흘러가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바닷가 마을에서 독특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때까지와는 다른 삶을 발견하는 영화였습니다.

 

   성격이 급해서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액션 영화를 좋아하던 친구가 <안경>이라는 영화를 계속 보고 있는 장면이 그에게는 또 다른 영화처럼 다가왔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었으니까요.

 

   영화가 끝난 뒤에도 친구는 한참을 그대로 앉아 있었습니다. 그의 존재는 까맣게 잊고, 무언가 생각에 빠져 있는 것 같았죠.

 

나에게도 지루한 곳에서 머무를 수 있는 재능이 있다면 좋겠다.

누가 나에게 영화 속에 나오는 약도 같은 걸 그려주면 좋겠어.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아이처럼 친구가 중얼거렸습니다.

 

   친구가 말하는 약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약도는 그도 간절히 갖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들판에 난 굽은 길 하나를 그려놓고, 그 밑에 "왠지 불안해지는 지점에서 2분만 더 가보라"고 적어둔 그 약도.

 

   초초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내미는 최고의 약도이자,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좌절한 사람들에게 눈물 겨운 위로가 될 약도였죠.

 

   친구의 취향이 변한 것이 한편으로 반가우면서도 친구가 앞으로는 더 이상 액션영화를 좋아하지 않을 것만 같아서 마음이 쓰였죠.

 

   친구에게도 그에게도, 누군가가 잊을 수 없는 약도 하나 그려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런 약도는 누가 그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글 출처 : 저녁에 당신에게(김미라, 책읽는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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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혜안나 2022.04.15. 21:35

스스로 약도를 그리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친구의 친구처럼, 누군가 무의식 세계에 꽁꽁 숨어있던

아직 계발되지 않은 잠재의식을 톡~ 건드려 주게 되면

새로운 세계를 만나 경험하게 되지요

바로, 의식의 활성화로 인생에 있어 새로운 도약이 시작됩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인연에 대해

뭐, 그다지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들도 많지만

모든 인연을 스승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가장 지혜로운 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즘 조석으로 좋은 글들을 담게 되어

제가 이렇듯 황홀한가 봅니다

노고에 감사합니다

하늘의 축복과 늘 함께 하세요

오작교 글쓴이 2022.04.16. 07:08
수혜안나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스스로 약도를 그려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그리기는커녕 남들이 내민 약도대로

허겁지겁 살아온 인생이 아닌가 아닌 자괴감마저 들곤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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