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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터너 / 그 말이 내게로 왔다

오작교 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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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노 독주회 무대에는 피아니스트만 오르지 않는다. 피아니스트가 건반 위에서 연주를 할 때, 바로 옆에 앉아, 그림자처럼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이 있다.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악보를 넘겨주는 그 사람을 ‘페이지 터너’라고 부른다.

   프랑스의 영화감독 느니 데르쿠르(Denis Dercourt)의 <페이지 터너>라는 영화가 기억난다.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워가던 멜라니는 심사위원장 아리안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때문에 연주를 망치게 된다. 10년이 지난 뒤 멜라니는 아리안의 페이지 터너가 되어 결정적인 순간 그를 몰락시킨다는 일종의 복수극이다.

   감독 드니 데르쿠르는 실제로 음악학교 교수였고, 영화 속의 아리안처럼 심사위원을 했던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무대 위에는 빛나는 피아니스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페이지 터너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는 ‘페이지 터너’의 역할을 ‘일종의 자기 소멸’이라고 규정했다.
페이지 터너가 지켜야 할 중요한 규칙이 있다.
화려한 옷을 입어서는 안 되고, 
악보를 넘길 때 연주자를 건드리거나 가리면 안 된다.
가장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악보를 넘겨주어야 하며,
악보를 넘길 때 소리를 내서도 안 된다.
안 된다는 것이 많은 직업은 쓸쓸하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는 “악보를 넘기는 사람이 연주 전체를 망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자신이 믿는 페이지 터너가 없으면 연주를 하지 못하는 피아니스트도 있다고 한다.
존재하지만 존재를 드러내서는 안 되는 사람.
드러나지 않으나 아주 중요한 사람.
주목받지 못하지만
때론 어떤 일의 성태를 좌우하는 사람.

페이지 터너가 같은 존재들이 우리 곁에도 있다.
어쩌면 우리 역시 페이지 터너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지도 모를 일.
세상을 위해 애써주는 그림자 같은 존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속하게도 잊고 지내는 존재.

이 세상의 페이지 터너들에게,
정중하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다.

글출처 : 그 말이 내게로 왔다(김미라의 감성사전, 책읽는수요일)


배경음악 : Stranger / Fariborz Lach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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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혜안나 2022.12.20. 22:48

용광로 불길 속 담금질이라는 과정을 통해

존재하지만 존재 아닌,

심오했을 단련에 콧잔등이 시큰해집니다 

 

Stranger를 배경음악으로 놓으신

그토록 섬세한 감성과 확장된 의식으로 

하늘 만나게 되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 탁월하심에

화이팅~ 에너지 남겨놓아요

오작교 글쓴이 2022.12.21. 08:38
수혜안나

겨울비가 내리고 있는 아침입니다.

눈소식이 있더니만 날씨가 따듯한 탓인지

주룩주룩 비가 내리고 있네요.

 

겨울에 내리는 비는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눈이 내릴 때는 느끼지 못한 다양한 그 무엇.

 

세상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평생을 페이지 터너처럼 살아가는 분들이

앞의 주인공보다 더욱 더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주인공에 묻혀 드러나지 않은 채.

 

 

어떻게 보면 그러한 분들이 그 자리에 있음으로 인하여

세상은 이렇게 이어저가는 지도 모릅니다.

 

화이팅~ 에너지 습득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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