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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장마 같은 때가 있다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

오작교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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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 장마 같을 때가 있다. 한랭전선과 온난전선 사이에 갇혀 속수무책으로 비를 흠뻑 맞고 있는 것 같은 시기가 누구에게나 있다.

   장마는 한랭전선과 온난전선이 만나 정체전선을 만들며 지루하게 비를 뿌리는 시기라고 배웠던 것을 그는 기억한다. 줄기차게 비가 내려 제법 선선해진 날씨, 소매가 긴 셔츠를 입고 나선 그는 문득 요즘 날씨가 꼭 지금 자신의 상황 같다고 생각한다.

   엉킨 실타래처럼 도무지 풀리지 않고 꼬이기만 하는 삶, 모두에게 나눠주던 사탕이 자기 앞에서 다 떨어졌을 때의 기분, 넘어진 적이 없는데도 무릎이 까진 것 같은 느낌, 한랭전선과 온난전선이 만나 지루하게 비를 뿌려대는 장마에 속수무책으로 흠뻑 비를 맞고 선 느낌, 냉정한 인생과 불편한 희망이 정체전선을 이루면서 그의 삶에 흠뻑 비를 뿌리고 있다는 느낌.

   언젠가는 장마가 끝나듯 언젠가는 이 쓸쓸한 시기도 끝날 것이다.

   그렇다. 장마가 끝나면 삶의 기류는 어느 쪽으로든 움직이며 흠뻑 젖은 그의 인생을 말릴 것이다. 음이온 팡팡 나오는 따뜻한 드라이어 바람이 젖은 머리카락을 말리듯이.

글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쌤앤파커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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