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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에 깃든 힘 / 나의 치유는 너다

오작교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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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먹으면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건 하나의 역설이다.
걸림 없이 살기 위해선 생각의 감옥을 부숴야 한다.
문제는 벽도 창살도 없는 감옥을 어떻게 부수느냐 하는 것이다.


   천 길 낭떠러지에서 한 발 더 앞으로 내디딜 수 있을 까? 한 발만 더 나가면 떨어지는데 그 한 발을 내디딜 수 있는 사람은 용기 있는 사람이거나 미친 사람 둘 중의 하나다. 그러나 마음의 길에서 낭떠러지를 만나면 한 발 더 앞으로 나가라고 강조한다.

   떨어진다고 지레 겁부터 먹지 말고 뛰어내려 보라는 말이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도 그 비슷한 것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마음의 낭떠러지는 우리가 생각으로 만들어놓은 한계일 때가 많다. 뛰어낼 보지도 않고 죽을 것만 같이 미리 겁먹는 한계와 제약이 마음의 절벽이다.

   마음의 감옥에 갇혀 사람들은 힘들어한다.

   마음의 법과 현실의 법은 다른 듯하면서도 다르지 않으니 죄 지은 사람은 감옥에 가고, 양심을 어긴 사람은 마음의 감옥에 갇힌다. 그러나 감옥에 갇혔던 사람은 처벌 기간이 지나고 출옥하지만, 마음의 감옥에 갇힌 사람에겐 출옥이 다로 없다.

   양심을 어긴 사람뿐 아니라 과거라는 창살을 만들어 스스로 마음의 감옥에 감금되는 사람도 많다.

   과거는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현실이 아니라 단지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시간이지만,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충만해야 할 현재를 고통으로 받아들인다. 과거의 일 때문에 괴롭다고 하지만 사라진 과거를 어떻게 괴로워할 수 있겠는가? 착각하고 있을 뿐. 그들이 괴로워하는 건 과거가 아니라 현재다.

   기억해내는 한 과거는 과거가 아니라 빠져나갈 수 없는 현재이다. 놓아버리지 못한 과거의 힘에 밀려 진짜 현재는 증발되고, 벗어나지 못하는 그 마음의 벽을 쌓고 감옥을 만든다. 마음이 과거를 현재로 착각하게 만든 것이다.

   치유라는 단어가 자주 보인다. 그만큼 세상이 병들어 있다는 말이다. 병든 세상엔 그 병을 고쳐주겠다고 나서는 치유사도 덩달아 늘어나는 법이다. 그러나 누군가를 치유하려 들기 전에 나 자신부터 치유해야 한다. 때로는 아프면서도 스스로 아픈 줄 모르거나, 병들었으면서도 스스로 병든 줄 모르는 사람이 타인을 치유하겠다고 나서는 경우도 있으니까.

   치유란 존재에 깃들어 있는 근원적인 에너지를 회복시키는 일이다. 아 자신의 오염된 아음을 정화시키는 것이 치유의 첫 단계다.

   우리가 치유해야 할 것은 집착과 욕망으로 괴로워하는 마음이나 물질에 불과한 몸뚱이만 대상으로 해선 안 된다. 훌륭한 의사는 몸에 드러나는 병을 보고 마음을 짐작한다. 내 마음부터 치유의 대상으로 삼아 내면을 향한 통로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

   치유란 일부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부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투던 누군가와 화해할 때 여기서 여기까지만 화해하고, 거기서 거기까지는 화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건 화해가 아니라 협상이다. 어디서 어디까지만 치유하고 그 나머지는 그대로 두겠다고 한다면 그게 온전한 치유일 수 있겠는가?

   그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용광로같이 그 자리에 넣고 몽땅 녹여버리는 행위.

   치유는 그런 것이다. 마음의 원리를 터득해 뜻대로 마음을 부리는 마음공부와 치유는 같은 말이다. 잘했다 못했다, 잘났다 못났다를 가리지 않고 몽땅 그대로, 통째로 내려놓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치유, 그것은 천 길 낭떠러지에서 한 발 내딛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모든 것을 내던지는, 모든 것은 내맡기는 용기가 치유에도 필요한 것이다.

글출처 : 나의 치유는 너다(김재진, 쌤앤파커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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