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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것 속에 들어 있는 높은 것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

오작교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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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낮은 것 속에 들어 있는 높은 것. 가장 넓은 것 속에 들어 있는 작도도 귀한 것. 가장 아픈 것 속에 들어 있는 황홀한 것. 가장 슬픈 것 속에 들어 있는 아름다운 것. 삶은 그런 이중주에 맞춰 걸어가는 행진이다.

   마취에서 깨어나면서 그녀는 아주 특별한 경지를 느꼈다. 어느 따뜻한 휴양지에서 평화로운 낮잠을 자고 일어난 듯한 아늑한 느낌을. 동시에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바이칼 호 위를 맨발로 걷고 있는 것 같은 추위와 통증도 느꼈다. 한 몸으로 느끼는 극과 극의 느낌은 천천히 하나로 합쳐졌다. 아늑함은 점점 사라지고 추위와 통증이 더 커졌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그녀는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평온과 고통이 뒤섞이던 그 순간을.

   고통 속에서 평화로운 순간이 있다. 슬픔 속에도 무중력 상태의 우주인처럼 스스로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자신을 느낄 대가 있다. 통증을 느끼는 가운데에도 잠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 것 같은 ‘멈춤’의 순간이 있다. 극과 극을 오가는 느낌이 알려주는 특별한 경지가 있다. 삶에는 좋기만 한 것도 없고, 나쁘기만 한 것도 없다는 것을.

   가장 넓은 것 곡에 들어 있는 작고도 귀한 것.

   가장 아픈 것 속에 들어 있는 황홀한 것.

   가장 슬픈 것 속에 들어 있는 아름다운 것.

   삶은 그 이중주에 맞춰 걸어가는 행진이다.

글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붇더라도(김미라, 샘앤파커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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