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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진실, 삶의 진실

오작교 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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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눈을 가득 채우는 아침 햇살은
제 마음에 보내는 당신의 편지입니다.
기탄잘리 중에서 | 타고르


   빛은 어둠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처음 내게 해준 이는 정말 빛을 보지 못했다. 눈을 가득 채우던 타고르의 아침 햇살은 세상 누구에게나 골고루 비치는 축복이지만, 유독 그만은 그런 축복으로부터 소외된 사람이었다.

   시각장애자였던 그를 떠올리면 그러나 언제나 떠오르는 빛이 생각난다. 맹인학교에 있었던 그가 어느 날 피아노 소리에 끌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피아노를 배웠던 일은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빛이다. 더듬고, 더듬어 간신히 피아노 의자 앞에 앉았던 그는 시각장애뿐 아니라 한쪽 팔까지 없는 상태였으니까.

   한 손으로 연주하던 그의 피아노 소리를 듣던 젊은 날을 그러나 내게 빛과 어둠이 공조하던 시절이었다. 빛과 어둠의 두 극 사이에 끼어 때로는 환희로, 때로는 좌절로 좌충우돌하던 그 시절은 젊음이 주는 무게가 산 같았다.

   빛과 어둠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중립 상태가 아니라 빛과 어둠이 뒤섞인 혼돈 속을 헤매면서도 나는 세상은 빛 아니면 어둠 둘 중의 하나인 줄 알았다. 그 둘을 아우르는 중도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던 내게 인생은 돌멩이 하나만 더 얹어도 기울고 마는 예민한 저울 같은 것이었다.

   중립과 중도는 어떤 차이가 나는 것일까?

   중립과 중도는 같은 것이 아니다. 중립이 가치에 대한 판단을 중지한 상태라면, 중도는 양극을 품어 안는 상태에서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양쪽의 진실을 다 인정한다는 면에서 그것은 중립과는 다르다.

   우리의 인생은 병과 노화와 상실로 이어지는 저울의 한쪽과, 젊음과 축복과 충만으로 이어지는 저울의 다른 한쪽, 그 양쪽의 무게를 동시에 얹어놓고 진행된다.

   순진무구한 동심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때 묻은 어른의 마음이 되기도 하며 우리는 살아간다. 중립도 중도도 아닌 양극을 가진 채 인생을 헤쳐 가는 것이 우리의 진실이며 삶의 진실인 것이다.

   양극단 한쪽에 치우쳐 있는 사람들은 양쪽 얼굴을 다 가진 채 살아가는 이를 위선이라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경직된 태도다. 양극을 왔다 갔다 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삶에서 극단을 병적인 상태이며, 극단의 방식으로는 온전히 살아갈 수 없다. 대부분의 우리는 분노와 자비,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가지고 살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성내지 않고 살 수도 없으며, 미워하지 않고 살기도 어렵다. 성냄과 미워함을 엄어서기 위해 우리는 또 부단히 고뇌한다.

   마음공부란 바로 그 두 가지 극단을 넘어 중도의 자리에 자신을 놓기 위한 투쟁이며 정진이다.

   위선이라 비난받는다 하더라도 그 두 극의 이쪽과 저쪽을 동시에 취하며 살아가는 두 개의 얼굴이 우리의 진실한 모습이다. 양극 가운데 어떤 모습을 더 많이 취하며 살 것인지는 매순간 마음이 선택하게 되며, 선택의 고비마다 우리는 야심의 소리를 듣거나 그 소리를 묵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출처 : 나의 치유는 너다(김재진, 샘엔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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