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 숨 쉬고 있는 이곳이 극락입니다

by 오작교 posted Jan 2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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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간지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5역죄의 하나를 범하거나, 인과를 무시하거나, 삼보정재인 절이나 탑을 무너뜨리거나, 성인 대중을 비방하고, 공연히 시주 물건을 축내는 사람은 이 지옥에 빠진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 죽어서 지옥에 갔습니다. 다행이 자신에게 지옥의 선택권이 주어졌습니다. 이 지옥 저 지옥 다녀보아도 모두 너무나 비참했습니다. 그런데 한 지옥에 가니 똥으로 가득 찬 곳에서 사람들이 머리만 밖으로 내밀고 담배를 맛있게 피우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여기다 싶어 그 지옥을 선택한 사나이가 똥 속에 몸을 담근 상태에서 담배에 불을 막 붙이려는 찰나, 어디선가 안내방송이 들렸습니다.

 

“삼천년 만에 10분씩 주는 휴식 끝나고 잠수!”

 

지옥은 꼭 죽어서만 가는 곳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이미 살아있을 때 지옥과 극락을 모두 경험합니다. 산 사람으로써 말입니다. 실제로 우리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고 시기하고 있는 사람들, 경제적으로 궁핍하여 생계조차 어려운 사람들, 혈육의 정을 잊고 사는 사람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하여 다른 사람의 것을 탐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탐욕과 성냄, 그리고 어리석음으로 자신을 지옥으로 빠뜨리고 있으며, 내 주위의 환경을 지옥의 불구덩이로 만들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것을 나누어 주는 사람들,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 다른 사람의 슬픔에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들은 자신을 극락 속에 있게 함으로써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모든 것을 하늘의 그것과 일치시켜 놓고 있습니다.

 

어느 날 일본의 백은 선사에게 한 무사가 찾아와서 물었습니다.

“스님, 극락과 지옥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입니까?”

“그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오?”

“저는 무사입니다.”

 

그러자 스님이 큰 소리로 비웃었습니다.

“무사라고? 도데체 당신 같은 사람에게 호위를 맡기는 이가 누군지 궁금하군. 머저리같이 생긴 사람에게 생명을 맡기다니!”

 

화가 난 무사는 허리에 찬 칼을 들었습니다.

 

“그래, 칼을 가졌군. 하지만 내 목을 자르기엔 그 칼이 너무 무딜 걸세!”

 

무사는 더 이상 분을 참지 못하고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지옥의 문이 열렸구나!”

 

조금의 동요도 없는 스님의 모습을 보면서 당황한 무사는 크게 뉘우쳐 칼을 제자리에 꽂고는 무릎을 꿇고 자신의 경솔함을 사죄드렸습니다. 그러자 스님께서는 무사의 행동을 보시고는 빙그레 웃으셨습니다.

“극락의 문이 열렸구나!”

 

그렇습니다. 극락과 지옥은 우리 자신 속에 존재합니다. 잠시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극락과 지옥을 오고갑니다.

 

마음이 하늘도 만들고 사람도 만들며 극락이나 지옥도 만듭니다. 내 마음이 극락이면, 나 또한 극락의 사람입니다. 그러나 내 마음이 지옥이면, 나 또한 지옥 불구덩이 속의 사람입니다. 그러니 마음을 쫓아가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내 마음의 주인이 되어, 나를 하늘사람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극락은 생전에 덕을 쌓아야만 갈 수 있는 세상이 아닙니다.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는 이곳에서도 실현될 수가 있습니다.

 

글 출처 :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당신을 사랑합니다(월호스님 : 마음의숲)中에서......

 

 

배경음악 : Albatrosz / Szentpeteri Csi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