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오겠다고 결심한 것은 '구석'때문이었습니다. 동북 방향 구석에 한 평 반쯤 되는 삼각형의 구석진 방이 있었습니다. 창문 밖으로 벚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방. 바로 그 구석이 저를 이 집으로 이사하게 했습니다. 삼각형의 골방에 책장과 책상을 놓으니 움직일 틈도 없이 꽉 찾지만 내게 이렇게 '아름다운 구석'이 있다는 것이 나를 날마다 행복하게 했습니다. '무슈 르 포브르' 즉, '가난뱅이 씨'라고 불렀다는 에릭 사티의 작품 중에 [구석의 아름다움]이라는 피아노 소품이 있습니다. 그 곡의 제목을 떠올릴 때마다 에릭 사티는 음악가이기 이전에 철학자였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몽마르트르의 한구석에 가구처럼 앉아 자기에게 주어진 통증을 조용히 다스리고 있었던 그. 그리하여 그는 구석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줄 수 있었겠지요. 어느 권투선수는 말했습니다. "권투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뭔지 알아? 3분 동안 죽어라고 싸우고 한 라운드가 끝나는 종소리를 들었을 때, 그때 돌아가서 쉴 저 링사이드의 구석이야. 구석이 없으면 권투 선수는 싸울 수 없어." 나를 받아 줄 구석, 그 구석에 걸린 그림 하나, 거기에 쳐진 거미줄, 드리운 눈물과 한숨 그리고 그 구석 어디엔가 숨은 키득거리는 웃음소리, 구석, 그 애틋한 삶의 모퉁이에 내가 있습니다. 글 출처 : 위로(김미라 글 : 샘터 출판사) 中에서.. |
다락방에 들어가 있기를 좋아했습니다.
어쩔 때는 끼니도 거른 채 그 공간에 머무를 때도 있었지요.
그 다락방이 제게는 '구석'이었습니다.
이곳 저곳 '구석'을 만들어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나이를 먹으니, 마음을 두는 곳이면 어디든
제게는 '구석'입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예전의 '한옥'에는 도도처처에 '구석'이 많이 있었습니다.
주거문화가 아파트로 바뀌면서 삶의 터전이 조금은 살벌해졌지요?
한옥의 여유와 헐렁함이 그립습니다.
우리에게 기댈 곳이 없다면,
일을 마친 후에 쉴 곳이 없다면
아마도 이 펏펏한 삶을 이겨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구석'은 꼭 필요한 공간입니다.
인생을 바쳐 진심으로 갖고 싶은 것들의 목록을 적어본다.
사흘은 걷고, 나흘째는 쓰러질지라도 길을 나설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
땅 끝에 이르러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 이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
손해 볼 줄 알면서도 뛰어들고, 기어이 손해는 보지만
인생에서는 결코 손해 보지 않는 진정한 계산능력,
말을 아낀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조금은 어눌한, 그러나 진실한 말솜씨,
똑 같은 상황을 남다르게 해석하며, 힘을 얻을 수 있는 통찰력,
같은 재료로 세 가지 다른 요리를 동시에 해 낼 수 있는 요리사처럼
삶을 다룰 수 있는 유연함,
언제든 저 사람에게 물으면, 아름다운 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게 하는
카운슬러 같은 지혜로움,
잔소리도 다정한 속삭임처럼 곱게 전할 수 있는 능력,
한번은 망설여도, 두 번째에는 진심을 털어놓을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카리스마,
착하긴 해도, 만만하지는 않다는 느낌을 줄 정도의 헐렁한 단단함도 갖고 싶다.
한 권의 책을 읽고도, 백 권의 책을 읽은 것처럼 활용할 수 있는 뛰어난 응용력.
좋아하는 일이 있으면, 밥 먹는 일도 기꺼이 잊을 수 있는 몰입력.
외로울수록 더 침착하게 나를 바라보고, 일상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고독력.
가까이 그러나 너무 가까워서 멍들지는 않을 정도로 거리를 유지할 있는 관계관리 능력.
오직 사랑에 있어서만은 산수를 배워본 적이 없는 것처럼,
이별이라는 단어 같은 것은 모르는 사람처럼 혼신의 힘을 다하는 순정함,
사랑이 다이야몬드 반지처럼 영원이 빛나는 것이 아니라
구리반지처럼 매일 닦아줘야 하는 것임을 잊지 않는, 아름다운 기억력도....
- 김미라 작가님 글
말을 아낀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조금은 어눌한, 그러나 진실한 말솜씨, ....
언제나 아름다운 답을 내 놓을 수 있는 지혜, 몰입하는 능력, 외로울수록 더 침착하게 나를 바라보고,
일상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고독력. 그런 것들을 갖고 싶다... 진심으로~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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