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독주회 혹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협연이 있을 때 무대에는 피아니스트만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피아니스트 곁에 고요히 앉아 있는 또 한 사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림자처럼 앉아 있는 그 사람은 어느 순간이 되면 팔을 들어 가만히 악보를 넘겨줍니다.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끊어지지 않도록 조용히, 그러나 민첩하게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을 ‘페이지 터너(Page Turner)’라고 부릅니다.

 

페이지 터너에게는 몇 가지 지켜야 할 수칙이 있습니다.
화려한 옷을 입어서도 안 되고, 연주자를 건드려서도 안 되고, 가장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악보를 넘겨주어야 하며, 악보를 넘길 때 소리를 내어서도 안 됩니다.


페이지 터너의 역할이 아주 미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몇몇 예민한 피아니스트들은 페이지 터너가 누구인가를 꼼꼼히 따지기도 합니다. 자신이 믿는 페이지 터너가 없으면 연주를 하지 못하는 피아니스트도 있지요. 페이지 터너가 실수를 하면 연주 자체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드러나지 않으나 아주 중요한 사람, 주목받지 못하지만 때론 어떤 일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사람, 페이지 터너 같은 존재들이 우리 삶에는 분명히 있습니다.


드러나지 않으나 나를 위해 애써 주는 그림자 같은 존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야속하게 잊고 지내는 존재. 우리 삶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속한 집단에도 ‘페이지 터너’ 같은 존재가 있습니다.
그 분들에게 잊고 있던 감사를 보냅니다.

 

글 출처 : 위로(김미라 : 샘터) 中에서..

 


배경음악 :Stranger / Fariborz Lach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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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오작교 2009.08.28 15:39
    곰곰히 생각을 해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이러한 '페이지 터너' 같은 분들에 의해서
    이루어 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연의 뒷편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사람들......

    저 역시 잠시라도 그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
  • ?
    별빛사이 2009.08.29 11:00
    묵묵하게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사람들......
    그분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 ?
    은하수 2009.08.29 13:00
    보이지 않는 감동으로~
    지렛대가 되어주는 뒤켠의.아름다움에...저도 늘...찬사를 보냅니다........
  • ?
    오작교 2009.08.30 08:58
    별빛과 더불어 보이는 은하수.......
    마치 한 여름밤의 하늘을 보이는 듯 합니다. ㅎㅎㅎㅎ

    두 분의 닉네임이 함께 보이니 너무 기뻐서
    실없는 농담 한마디 해봤습니다.
  • ?
    CCamu 2009.08.31 09:45

    좋은 글 고맙습니다.

  • ?
    오작교 2009.08.31 10:03
    CCamu님
    저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페이지 터너'라는 사람이 있다는
    존재 자체도 몰랐습니다.
    '페이지 터너'의 존재를 알고 난 후에 피아노 곁에 연주자와는 다른
    또 한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지요.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너무 '보이는 것'만 보면서 쉽게 생각하고,
    쉬운 눈으로 판단을 하는 오류를 종종 범하곤 합니다.
    화려함 속에 가려져 땀을 흘리고 있는 '페이지 터너'가 있는지,
    그 사람들의 가슴에 알게, 모르게 못을 박는 일은 없느니 늘 살펴야겠지요.

마음의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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