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쯤엔 시장 한 귀퉁이에 김장 시장이 서고, 배추며 무 그득히 사들여 동네잔치처럼 떠들썩하게 모여 김장을 마치고 나면, 회색빛으로 찌푸렸던 하늘에서 첫눈도 펄펄 내리곤 했지요. 외할머니와 어머니는 김장을 다 끝내고도 늦도록 어둠 속에서 뒷정리 하느라고 밖에서 그릇들을 달그락거렸습니다. 겨울은 무엇보다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달픈 계절이지요. ‘부뚜막’, ‘백철솥’, ‘단칸방’, ‘연탄광’...... 지금이나 그때나 추운 겨울은 이상하게도 가난한 동네에 먼저 찾아오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런 날은 문득 아버지 돌아가시고 멀리 홀로 계시는 어머니며, 외지에 나가 있는 아이들 얼굴도 떠올라 갑자기 목이 메기도 하지요. 목이 시려 목도리를 하고 시린 무릎 위에 담요를 덮고 책상 앞에 앉아 몇 자 적어 봅니다.
다들 안녕하시지요? 수졸재 주민이 멀리 있는 그대에게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겨울을 기원합니다. 아니 겨울은 좀 추워야 하는 것인가요?
글 출처 : 느림과 비움(장석주 : 뿌리와 이파리)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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