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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오작교 7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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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략 -

 

유물론적(唯物論的)으로 보자면 사람이란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로 이루어진 유기화합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당신과 나의 고귀하고 뼈저린 사랑조차 그저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의 사랑”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우리가 그토록 몰입했던 사랑이 행위들이 고작 “섬유질이 지방에 입 맞추고, 세포와 조직을 부벼 춤을 춘” (최영미의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의 사랑에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너무 허망할까요?

 

물안개를 피워 올려 허공을 에테르처럼 마취시키고 있는 금광호수를 바라보며 간밤의 어지러운 꿈들을 추슬러봅니다.
맨발에 슬리퍼를 끼고 시린지도 모른 채 차가운 뜰에 한참 서서 저 겨울 아침의 풍경에 눈길을 꽂고 사람이란 게 뭐냐, 사는 게 뭐냐 따위의, 금비를 듬뿍 주어 웃자란 고춧대처럼 이런저런 무성한 생각을 궁글려보는 것이지요.

 

여기 한 사람이 있습니다.
1936년 미국 일리노이 주(州) 오크파크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 주(州) 롱비치에서 자라난 평범한 사람.
대학을 1년 만에 중퇴하고 공군에 입대해 비행사가 되고 공군조종사가 된 지 스무 달 만에 그만두었지요.
비행잡지의 편집자가 되었지만 잡지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그도 그만두고 3달러씩 받고 관광객을 고물비행기에 태워주는 일을 했습니다.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그런 시절이 지나갔습니다.


그가 노트에 제 꿈과 상상을 버무려 글을 하나 써냈습니다. 그런데 끝이 맘에 들지 않아 무려 8년 동안이나 마무리를 미루고 팽개쳐두었습니다.


막상 원고가 완성돼 출판사에 보냈더니 반송돼 왔습니다. 출판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이지요. 오기가 생겨 계속 보냈습니다. 그렇게 열여덟 군데 출판사에서 거절당한 원고.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책은 나왔지요.

무명작가가 처음으로 써낸 이 책은 먼저 히피들 사이에서 노트에 베껴 쓰는 방식으로 읽혔습니다.


그러다가 입소문을 타고 알려져 나중에 전 세계에서 무려 700만부나 팔렸습니다. 그는 백만장자가 되었고요. 그는 이 책에서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라는 잊을 수 없는 말을 남겼지요.
누군지 알겠지요? 바로 『갈매기의 꿈』을 쓴 ‘리처드 바크’의 얘기입니다.

 

사람이 그냥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의 덩어리가 아닌 것은 입지를 세우고 보이지 않는 꿈을 키워가며 누군가를 고귀하게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은 비루하고 세상은 되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는 희망 없는 날들도 있지요. 집으로 날아드는 우편물이란 연체된 카드사용액 독촉장, 고지서들, 실직, 실연, 내게서 등 돌리는 사회와 사람들, 포기해버린 꿈들, 냉장고를 열어보면 말라비틀어진 귤 몇 개, 언제 사다 넣었는지도 잊어버린 채 상해버린 우유, 뚜껑이 열린 채 변색돼버린 참치 캔.
뭐, 이쯤 되면 나를 사로잡는 건 수치심, 절망, 분노, 지독한 자기연민, 슬픔, 혼돈들이겠지요.

 

그래도 꿈은 잃지 말아야겠지요.
대나무는 일생에 단 한 번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뿌리가 한데 엉켜 군집을 이루며 뻗어가는 대나무에 꽃이 피면 머지않아 대나무들은 시들어 죽는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태어났다면 뭔가 이 세상에서 이루어야 할 소명 같은 게 있을 겁니다.
그냥, 어쩌다, 우연히 태어난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대나무가 단 한 번 아름다운 꽃을 피우듯이 우리에게도 피워야 할 꿈이 있겠지요.
때때로 그게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꿈은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이루어집니다. 꿈이 없다면 우리는 정말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의 덩어리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글 출처 : 느림과 비움(장석주 : 뿌리와 이파리) 中에서..

 


배경음악 : El Vals / Eleni Karaindr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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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글쓴이 2009.09.16. 15:25
엊그제 EBS TV를 통하여 "연어의 일대기"라는 방송을 시청했습니다.
회귀본능에 따라서 성어가 된 연어는 태평양의 바다에서부터
자신이 처음에 태어 난 민물까지 죽을 힘을 다하여 도달하여 암컷은 알을 낳고,
숫컷은 그 알위에 수정을 한 후에 미련없이 죽어가는 내용의 다큐멘터리였지요.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생각해내게 하여서 그 방송을 시청한 후에
한참을 머릿속이 뒤엉켜 있었습니다.
이만큼을 살아버린 세월들이 덧없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연어에게는 자신의 흔적을 세상에 남겨야 한다는 꿈이 있었기에 그토록 처절하고도 긴,
그리고 고독한 귀환의 길에 오를 수 있었겠지요.

오늘 문득 이 글들을 읽으면서 비로소 머릿속이 환해짐을 느낌니다.
코^ 주부 2009.09.17. 15:59

"거슬러오르는 것은 희망을 찾아가는 거라 하셧죠?"
"그렇단다."
"그럼 희망이란 알을 낳는 것인가요?"
은빛연어는 실망한 듯 묻는다.
"글쎄 ... 그렇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아저씨! 그런 대답이 어디 있나요."
은빛연어가 투정하듯 대들자 강이 말한다.
"그러면 은빛연어야, 너의 희망은 뭐니?"
초록강의 갑작스런 물음에 은빛연어는 막바로 대답을 하지 못한다.
은빛연어는 너무 많은 희망을 가슴 속에 품고있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희망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희망이란 정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은빛연어는 생각한다.
속 깊은 아저씨같이 고요하고 푸른강물. 그 따듯함 속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강이 고여 있는 것인지, 흐르고 잇는 것인지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늑하다.

- 안도현의 연어 중에서



나의 사랑 . 오^ 감독님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의 덩어리 우리가, 넬 만나몬 . 폭포수 뛰어넘는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의 러브스토리 들멕여 가며 + 잘익은 막걸리루다 = 밤을 셀 것 같은듸요호
ㅎㅎㅎ ..

연어, 라는 말 속에선 강물 냄새가 난다.
- 올림.!!
오작교 글쓴이 2009.09.21. 11:06
코^주부님.
매번 덕적도를 다녀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너무 큰 신세만 지고 온 것 같습니다.

그물에 걸려 있는 싱싱한 고기들을 따는 재미도 재미려니와
너무 맛있는 음식들에 휴가가 끝난 지금 불어난 뱃살 때문에 후회가 막급합니다.

또 하나의 아름답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긴 시간들을 가슴에 고이 접습니다.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형수님께도 꼭 감사의 말씀을 전해주세요.
오작교 글쓴이 2009.09.21. 11:11
CCamu님.
오랜만에 님의 흔적을 만납니다.
우리 홈의 회원이 아니어서 님에 대한 것들은 전혀 알 수 없지만
님의 닉네임을 뵙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낍니다.

인생이라는 것이 되풀이 될 수 있다면,
지난 것들이 지금처럼 아름답지 않겠지요.

가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 있는 의사, 약사 분들은 조금 무딘 분들만 계셔서인지
'신종플루'에 대하여 그렇게 걱정을 하지 말라고 당부를 합디다만,
그래도 워낙에 시끄럽다 보니깐 조심을 하는 것은 나쁘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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